국내 한 전자회사에 다니는 김모씨(38)는 요즘 스마트폰으로 서울옥션 홈페이지에 접속해 그림을 검색하고 응찰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오프라인 경매와 달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응찰할 수 있는 데다 잘만 고르면 소액으로 ‘월척’을 낚을 수 있어서다. 김씨는 지난달 25일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에서 67회 경합한 끝에 그림 한 점을 낙찰받았다.

점당 1000만원 미만의 중저가 미술품 소장을 원하는 직장인과 주부, 학생 등이 늘면서 온라인 경매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미술품만 취급하던 경매가 최근에는 시계와 보석, 와인은 물론 오디오와 피규어, 자전거, 가구 등으로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옥션은 이런 변화를 발 빠르게 선도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고가라는 인식 때문에 미술품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일반인을 위해 온라인 경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07년 온라인 경매를 시작한 서울옥션은 2104년 ‘이비드 나우(eBid Now)’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장 확대에 나섰다. 경매 품목도 종전 그림 위주에서 골동품과 인형, 보석, 시계, 디자인 등으로 확대했다. 2017년에는 낙찰 총액 147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경매를 처음 선보인 2007년(7억8800만원)에 비해 18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온라인 경매 참여 인원도 2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옥션은 내년 온라인 경매 낙찰 총액 목표를 300억원으로 잡았다.

각종 진기록도 쏟아냈다. 2017년 ‘데코레이티브 아트(장식예술)’를 주제로 한 온라인 경매에서는 출품작 271점 중 269점이 팔려 낙찰률 99%(낙찰 총액 4억9500만원)를 기록했다. 이날 경매에서 작가 미상의 조명디자인 작품 ‘이집트 여인&사자상’은 13시간 동안 1681회의 응찰 경합을 벌인 끝에 4105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2016년 6월 열린 장난감 기획 경매 ‘토이&피규어’는 낙찰률 100%의 신화를 쏘아올렸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온라인 경매가 활기를 띠는 것은 최근 직장인과 주부들이 인테리어용으로 중저가 미술품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듯 경매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데다 화랑이나 아트페어를 방문하지 않고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점도 시장 확대를 이끈 요인으로 꼽았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온라인 경매는 10만~1000만원대 작품이 전체의 90%를 차지해 오프라인 경매에 비해 심리적인 거리감이 덜하다”며 “최근에는 모바일로 모든 게 가능해지면서 거리와 시간의 제약이 없다 보니 온라인 경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옥션은 지난 7일 경매시장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 경매 ‘제로 베이스’를 선보였다. 작가 선정 기준, 가격 결정 시스템 등이 기존 경매시장과 다르다. 경매 기록이 없더라도 작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작품 가격 역시 구매자들이 직접 결정한다. 경매에 출품된 작품은 모두 0원에서 시작된다.

온라인 경매 참가 절차는 간단하다. 서울옥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회원 가입을 하면 된다. 수수료는 일괄적으로 18%(부가세 별도)다. 응찰에 나서기 전 작품의 보관 상태를 잘 따져봐야 한다. 경매는 순차적으로 마감된다. 경매 마감시간 30초 전에 응찰이 있으면 자동으로 30초가 연장된다. 온라인 경매 플랫폼은 구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집에 있는 자신의 소장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