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넘나드는 판매망 구축…태국 거점으로 동남아서 빠르게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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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주 포멜로 창업자 겸 CEO
"아시아 패션시장은 포화상태 아니다"
대학시절부터 창업 경험
'요기요' 세운 獨 형제와 만남
"아시아 패션시장은 포화상태 아니다"
대학시절부터 창업 경험
'요기요' 세운 獨 형제와 만남
포멜로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패션 기업 중 하나다. 2013년 온라인 브랜드로 시작한 이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판매망을 구축했다. 태국에선 10개 정식 매장과 60여 개 픽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50개국 이상에 제품을 배송한다. 지난 6월엔 싱가포르에도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포멜로는 동남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2014년 시리즈A 전 초기 자금을 조달할 당시 2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지난 9월엔 시리즈C 라운드에서 투자금 5200만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JD)닷컴, 일본 최대 의류 전자상거래 업체 조조타운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가 치열한 경쟁에 밀려 없어지는 최근 패션업계에선 드문 사례란 평가다. 이를 이끈 사람이 데이비드 주 포멜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아시아 패션 시장은 아직 과포화 상태가 아니다”며 “소비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여전히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 때부터 창업 관심…태국에서 기회
주 CEO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독일과 한국, 미국 등을 오가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미국 애머스트대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졌다. 미국 대학생들에게 배송과 창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더 박싱컴퍼니’를 창업해 운영했다. 대학 졸업 뒤엔 뉴욕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2년여간 일했다. 이후 사모펀드인 뉴마운틴캐피털로 자리를 옮겨 스타트업 투자 경험을 쌓았다.
그가 태국에서 창업한 것은 동남아 시장 기회를 눈여겨봐서다. 뉴마운틴캐피털에 다니던 2011년 독일 스타트업 육성기업인 로켓인터넷의 공동 창업자 마르크·올리버·알렉산더 삼베르 형제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로켓인터넷은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요기요’로 유명한 딜리버리히어로 등을 세운 회사다. 주 CEO는 2012년 삼베르 형제와 함께 태국에서 전자상거래업체 라자다를 창업하고 2년여간 대표로 일했다. 라자다는 현재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 진출한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했다.
주 CEO는 2013년 포멜로를 설립했다. 그는 “온라인 패션 시장은 첨단기술과 데이터, 창의성이 적절히 섞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동남아 국가 중 태국을 집중 공략했다. 인구가 많고, 국내총생산(GDP) 수준도 높은 편이고, 인터넷 보급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남아 주요 시장인 싱가포르, 베트남, 홍콩 등과 각각 비행시간 3시간 이내 거리에 있어 물류 효율화를 이루기 쉽다는 점도 고려했다.`
‘환불 필요 없는 옷가게’ 지향
포멜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옷 시장을 통합한 게 특징이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다양한 선택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실제 경험을 연결했다. 소비자가 포멜로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옷 몇 가지를 골라서 입어보겠다고 신청하면 옷을 창고에서 오프라인 매장으로 보낸다.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그중 마음에 드는 것만 구매하면 된다. 주 CEO는 “온라인에서 옷을 사는 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옷을 배송받았을 때 잘 맞지 않거나 맘에 들지 않을 경우 번거롭게 반품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옷을 구매하기 전 미리 입어보게 하면 소비자는 맘에 꼭 드는 옷을 살 수 있어서 좋고, 기업은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게 되니 서로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이 기업 운영에 좋은 점이 또 있다. 온라인에서 주문받은 옷만 오프라인 매장으로 보내면 되기 때문에 매장 공간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 포멜로는 세 가지 유형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는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일반 매장이다. 주로 계절별 새 컬렉션 등을 전시한다. 두 번째는 피팅룸과 계산대로만 이뤄진 소형 매장이다. 큰 매장을 임차하는 대신 교통이 편리한 요지에 작은 매장을 마련해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세 번째는 카페나 헬스장, 공유사무실 등과 공간을 나눠 쓰는 ‘파트너 매장’이다. 주 CEO는 “온라인 매장 따로, 오프라인 매장 따로 잘 운영하는 것은 이제 능사가 아니다”며 “두 시장을 유연하게 연결해 소비자의 경험을 어떻게 더 편리하게 만들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빅데이터 마케팅 적극
주 CEO는 포멜로를 두고 “‘수직통합화’를 이룬 디지털 기업”이라고 자평한다. 의류 디자인과 제작부터 온·오프라인 유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업이라서다. 이 과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옷 데이터를 분석해 트렌드를 확인하고, 개별 소비자에겐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년 매장 관련 설문조사를 벌이고 결과를 매장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주 CEO는 “빅데이터는 공급망부터 제품 디자인, 마케팅 전략 등 전 부문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가 ‘한국 스타일 옷’ 메뉴다. 동남아 일대에서 K드라마 등 한류 인기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나자 한국 스타일 옷을 따로 모아 큐레이션해서 보여주는 메뉴를 만들었다. 주 CEO는 “디지털 마케팅은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며 “각종 데이터에서 소비자의 특징을 읽어내고, 이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에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포멜로는 동남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2014년 시리즈A 전 초기 자금을 조달할 당시 2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지난 9월엔 시리즈C 라운드에서 투자금 5200만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JD)닷컴, 일본 최대 의류 전자상거래 업체 조조타운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가 치열한 경쟁에 밀려 없어지는 최근 패션업계에선 드문 사례란 평가다. 이를 이끈 사람이 데이비드 주 포멜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아시아 패션 시장은 아직 과포화 상태가 아니다”며 “소비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여전히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 때부터 창업 관심…태국에서 기회
주 CEO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독일과 한국, 미국 등을 오가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미국 애머스트대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졌다. 미국 대학생들에게 배송과 창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더 박싱컴퍼니’를 창업해 운영했다. 대학 졸업 뒤엔 뉴욕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2년여간 일했다. 이후 사모펀드인 뉴마운틴캐피털로 자리를 옮겨 스타트업 투자 경험을 쌓았다.
그가 태국에서 창업한 것은 동남아 시장 기회를 눈여겨봐서다. 뉴마운틴캐피털에 다니던 2011년 독일 스타트업 육성기업인 로켓인터넷의 공동 창업자 마르크·올리버·알렉산더 삼베르 형제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로켓인터넷은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요기요’로 유명한 딜리버리히어로 등을 세운 회사다. 주 CEO는 2012년 삼베르 형제와 함께 태국에서 전자상거래업체 라자다를 창업하고 2년여간 대표로 일했다. 라자다는 현재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 진출한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했다.
주 CEO는 2013년 포멜로를 설립했다. 그는 “온라인 패션 시장은 첨단기술과 데이터, 창의성이 적절히 섞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동남아 국가 중 태국을 집중 공략했다. 인구가 많고, 국내총생산(GDP) 수준도 높은 편이고, 인터넷 보급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남아 주요 시장인 싱가포르, 베트남, 홍콩 등과 각각 비행시간 3시간 이내 거리에 있어 물류 효율화를 이루기 쉽다는 점도 고려했다.`
‘환불 필요 없는 옷가게’ 지향
포멜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옷 시장을 통합한 게 특징이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다양한 선택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실제 경험을 연결했다. 소비자가 포멜로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옷 몇 가지를 골라서 입어보겠다고 신청하면 옷을 창고에서 오프라인 매장으로 보낸다.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그중 마음에 드는 것만 구매하면 된다. 주 CEO는 “온라인에서 옷을 사는 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옷을 배송받았을 때 잘 맞지 않거나 맘에 들지 않을 경우 번거롭게 반품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옷을 구매하기 전 미리 입어보게 하면 소비자는 맘에 꼭 드는 옷을 살 수 있어서 좋고, 기업은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게 되니 서로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이 기업 운영에 좋은 점이 또 있다. 온라인에서 주문받은 옷만 오프라인 매장으로 보내면 되기 때문에 매장 공간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 포멜로는 세 가지 유형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는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일반 매장이다. 주로 계절별 새 컬렉션 등을 전시한다. 두 번째는 피팅룸과 계산대로만 이뤄진 소형 매장이다. 큰 매장을 임차하는 대신 교통이 편리한 요지에 작은 매장을 마련해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세 번째는 카페나 헬스장, 공유사무실 등과 공간을 나눠 쓰는 ‘파트너 매장’이다. 주 CEO는 “온라인 매장 따로, 오프라인 매장 따로 잘 운영하는 것은 이제 능사가 아니다”며 “두 시장을 유연하게 연결해 소비자의 경험을 어떻게 더 편리하게 만들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빅데이터 마케팅 적극
주 CEO는 포멜로를 두고 “‘수직통합화’를 이룬 디지털 기업”이라고 자평한다. 의류 디자인과 제작부터 온·오프라인 유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업이라서다. 이 과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옷 데이터를 분석해 트렌드를 확인하고, 개별 소비자에겐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년 매장 관련 설문조사를 벌이고 결과를 매장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주 CEO는 “빅데이터는 공급망부터 제품 디자인, 마케팅 전략 등 전 부문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가 ‘한국 스타일 옷’ 메뉴다. 동남아 일대에서 K드라마 등 한류 인기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나자 한국 스타일 옷을 따로 모아 큐레이션해서 보여주는 메뉴를 만들었다. 주 CEO는 “디지털 마케팅은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며 “각종 데이터에서 소비자의 특징을 읽어내고, 이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에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