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극심했던 상장사 실적 부진이 내년에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회복이 기대되면서 실적 개선 유망주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설비투자 조절과 비용관리 등으로 유연한 대처에 나서는 기업들이 선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세 곳 이상 증권사의 내년 실적 전망이 있는 289개 상장사 중 266곳(92.0%)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LG디스플레이삼성중공업, 제주항공 등은 내년에 흑자전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는 부진하겠지만, 내년에 반등을 기대할 만한 업종으로는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이 꼽힌다. 자동차와 화장품 등 내수 및 중국 관련 업종을 포함한 경기소비재 산업도 주목할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소재 관련 산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올해 마진이 악화됐다”며 “내년엔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비용관리의 유연성 여부가 실적 개선 정도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수출 부진과 매출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판매 및 관리비 등 비용 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늘면서 매출 감소보다 이익 감소폭이 더 컸다”며 “내년엔 매출이 증가할 뿐 아니라 효율적 비용관리에 성공하는 기업 실적이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통과 철강 등 올해 선제적으로 설비투자를 줄여놓은 업종도 주목할 만하다는 조언이다. 내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반의 투자 감소 시기와 맞물리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미리 매를 맞은 업종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16년부터 구조조정이 이어진 조선업은 조정장에서도 간헐적으로 반등을 보여줬다”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가 감소하더라도 안정성을 유지할 유틸리티 업종에 관심을 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1조원에 가까운 자산을 매각하기로 한 이마트는 내년도 영업이익(3148억원)이 올해 2185억원에서 44.1%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자산 유동화 계획 발표 이후 주가가 10% 이상 올랐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