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마흔 고개' 잘 넘는 법
40대에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달 고용통계에서 40대 실직자가 14만6000명을 넘었다. 2015년 11월부터 48개월째 내리막이다. 구직을 단념하고 그냥 쉰 40대도 4만1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4만6000명) 이래 가장 많았다. 지난해 신규 등록한 40대 자영업자 35만2868명 중 22만2117명이 폐업했다.

지금 40대인 1970~1979년생은 20대에 외환위기, 30대에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의 좌절과 고통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위기와 맞물려 있다. 대한민국 주민등록 평균 연령은 41.5세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활로를 열어줘야 국가 경제가 산다고 입을 모은다. ‘중년 벤처 활성화’가 그중 하나다.

지난해 미국 연구팀에 따르면 2007~2014년 미국 창업자 270만 명의 평균 나이는 41.9세였다. 이들의 성공은 인맥·자본·경험을 잘 활용한 덕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벤처 창업 지원이 청년층에 편중돼 있다. 이를 해결할 중년 벤처용 창업 교육과 자금 지원 등의 연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중년의 경험과 청년의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공동 창업 방식도 활용할 만하다.

40대 스스로의 노력과 자기혁신 또한 중요하다. 우선 ‘위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각오를 다져보자. 미국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는 생애주기를 유아~학창기의 ‘1기(first age)’부터 취업·결혼기인 2기, 40대 이후의 3기, 노년기의 4기로 나누고 “우리 삶에서 마흔 이후 30년간의 3기가 황금시기”라고 말한다.

그는 “40대야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용감한 현실주의’와 ‘성숙한 낙관주의’를 조화시키면서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에 나설 때”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40대의 인생 지층을 단단하게 다지고 나면 후반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권투 선수 조지 포먼은 45세 때 헤비급 세계챔피언에 재등극했고, 맥도날드 신화를 일군 레이 크록은 밀크셰이크 믹서기 외판원 등 고난의 시기를 거쳐 53세에 창업했다.

마흔은 우리 인생에서 맞는 두 번째 스무 살이다. 유대인 랍비 벤 에즈라는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가자!/가장 좋을 때는 아직 오지 않았고/인생의 전반은 후반을 위해 존재한다’고 노래했다. 그러니 대한민국 40대여, 다시 신발 끈을 조이고 힘을 내자.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