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수사일정 지연 가능성…객관적 증거·제3자 진술이 관건
조 전 장관, 정 교수 10분 면회…"구속영장 여부 윤석열 결단에 달려"
조국 '진술 거부' 입장 명확…검찰 수사에 영향 주나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첫 피의자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검찰이 수사 전략을 바꿔야 할 상황에 놓였다.

조 전 장관은 헌법상 권리를 내세우며 향후 검찰과의 치열한 기 싸움을 예고했다.

첫 조사에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 내용을 모두 다루지 못한 만큼 한 두차례의 추가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 전 장관은 기소 후 법정에서 본인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전날 조 전 장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8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장관은 검사의 질문에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이 빨리 자신을 기소하라는 취지의 입장문도 냈다.

그는 전날 조사를 마친 뒤 변호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오랜 기간 수사를 해 왔으니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법정에서 모든 것에 대하여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밝혔다.

형법학자인 조 전 장관은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회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 등에서 밝힌 입장과 검찰에서의 진술이 다를 경우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쥔 패를 알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 적극적으로 다툰다고 해도 실익이 없다고 봤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차례 피의자 신문을 경험한 조 전 장관은 검찰의 질문 내용을 통해 방어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한 두 차례 더 조사하겠다는 입장인데, 조 전 장관도 이에 대해서는 응할 계획이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에는 경기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를 찾아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10분가량 면회했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가 구속기소 되기 전에도 조사가 없는 날이면 구치소를 방문해 정 교수를 만났다.

검찰은 원래 그동안 확보한 각종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조 전 장관의 진술과의 모순점 등을 찾아내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었지만, 조 전 장관의 진술거부권 행사로 관련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조국 '진술 거부' 입장 명확…검찰 수사에 영향 주나
그러나 객관적 증거를 보강하는 작업이 불가피해진 이런 상황은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검찰로선 꼭 불리하게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물리적으로 수사 일정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지난 8월27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한 이후 79일 만에 조 전 장관을 소환하면서 수사는 사실상 조 전 장관의 신병처리만 남았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부인인 정 교수가 이미 구속기소 됐고 조 전 장관의 동생(52) 등도 곧 구속기소 될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검찰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이 혐의를 부인하는 점 등에 비춰 영장 청구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지만, 부인과 동생이 이미 구속된 상황에서 확실한 증거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기각됐을 때 검찰이 받게 될 부담이 매우 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다면 정 교수가 더블유에프엠(WFM) 주식 차명거래로 취한 부당이득과 딸(28)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서 받은 장학금 1천200만원 등의 성격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인이 주식을 싸게 매입한 데 따른 차액과 딸의 장학금 수혜가 대가성이 있다고 간주하면 조 전 장관에게도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면 뇌물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 내부 기준상 고위공직자의 뇌물죄는 수수액이 1천만원 이상이면 구속수사가 원칙이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결국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단에 달렸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얼마나 객관적인 증거를 갖고 있느냐가 구속영장 청구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의 진술거부권 행사가 구속영장 발부의 핵심 기준은 아니지만, 객관적 증거가 있음에도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법원의) 심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이) 부산의대 발전재단을 통해 공식적으로 지급되고 일체의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는 (딸의) 장학금을 이유로 뇌물 혐의가 있다고 보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죄의 심증을 유포하는 것으로 엄중한 항의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