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의 컬처 insight] 속편 제작 확산…스토리텔링, 캐릭터 발전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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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귀수편’.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좀비랜드: 더블 탭’ ‘엔젤 해즈 폴른’ ‘아담스 패밀리’ ‘닥터 슬립’. 15일 기준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있는 작품들이다. 내용도 장르도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제목과 콘셉트. 모두 기존 영화의 ‘속편’들이다. 10위권 안에 든 작품 여섯 편이 전부 속편인 것이다.
속편 제작이 확산되고 있다. 아니, 이제 ‘일반화’됐다고 얘기해도 될 정도다. 인기를 얻은 영화와 드라마 대부분이 속편으로 제작되고 있다. ‘속편’이란 표현 자체도 언젠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 이 단어는 ‘뒷이야기’란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제 뒷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어엿한 독립 콘텐츠가 되었다. ‘속편은 망한다’는 징크스를 깨고, 원작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신과 함께: 죄와 벌’ ‘신과 함께: 인과 연’은 각각 1000만 이상 관객을 모아, ‘쌍천만’ 기록을 세우지 않았던가.
장르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배트맨’ ‘슈퍼맨’ 같은 히어로물 중심으로 속편이 나왔다. 반면 최근 10위권에 든 작품들을 보면 액션부터 스릴러, 애니메이션까지 다채롭다. 예전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속편을 보기 드물었지만, 이젠 아니다. ‘신과 함께’ ‘신의 한수’ ‘타짜’ 등의 속편이 잇달아 만들어졌다. 스크린에서뿐만 아니다. TV를 틀어도 ‘보좌관 2’ 등 시즌제로 만들어진 드라마를 쉽게 볼 수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 17까지 나왔다.
속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제작사들은 오래 전 작품까지 적극 발굴하고 있다. ‘닥터 슬립’은 40여 년 전에 나왔던 스탠리 큐브릭의 대표작 ‘샤이닝’을 재탄생시킨 것이다. ‘샤이닝’에서 영혼을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졌던 소년 대니가 어른이 된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도 배치돼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아버지 잭이 대니와 아내를 위협하며 조각난 문틈 사이로 그들을 노려보던 장면이 대니가 동일하게 문틈 사이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장면으로 만들어졌다.
속편 제작은 1차적으로는 경제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인지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작품을 알리는 것과 다를 수 밖에 없다. 원작을 좋아했던 고정 팬들이 있어 일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속편을 더 재밌게 보기 위해 원작을 다시 찾아보기도 하니, 주문형비디오(VOD) 매출도 늘어난다.
이런 효과에도 콘텐츠 자체의 힘이 떨어진다면 속편 제작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마니아를 확보해 두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속편 제작의 확산은 여러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의 발전 자체를 입증한다. 쉽게 잊혀지지 않을 강렬한 캐릭터를 구축해 놓고, 다양하게 이야기로 확대·재생한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리썰 웨폰’을 만든 리처드 도너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속편을 만드는 건 단지 더 크고, 더 멀리 나아가려는 것만이 아니다. 속편은 캐릭터가 끌고 나가는 것이다. 매력적인 인물들간의 관계로 끌고 나가며 더욱 충성심 강한 관객을 만들어낸다.”
스토리와 캐릭터. 콘텐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중심축이다. 이 축이 확고히 형성되면서 원소스멀티유스(OSMU)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어벤져스’ 등으로 OSMU의 절정을 보여준 ‘마블’과 같은 전략이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저자 조너선 갓셜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고, 해당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재생산되길 원한다. 속편 제작은 하나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발전시키고 싶은 인간의 본능과 연결된 게 아닐까. 콘텐츠 산업의 최종 승자는 이런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본능을 끊임없이 충족시키는 자일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속편 제작이 확산되고 있다. 아니, 이제 ‘일반화’됐다고 얘기해도 될 정도다. 인기를 얻은 영화와 드라마 대부분이 속편으로 제작되고 있다. ‘속편’이란 표현 자체도 언젠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 이 단어는 ‘뒷이야기’란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제 뒷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어엿한 독립 콘텐츠가 되었다. ‘속편은 망한다’는 징크스를 깨고, 원작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신과 함께: 죄와 벌’ ‘신과 함께: 인과 연’은 각각 1000만 이상 관객을 모아, ‘쌍천만’ 기록을 세우지 않았던가.
장르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배트맨’ ‘슈퍼맨’ 같은 히어로물 중심으로 속편이 나왔다. 반면 최근 10위권에 든 작품들을 보면 액션부터 스릴러, 애니메이션까지 다채롭다. 예전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속편을 보기 드물었지만, 이젠 아니다. ‘신과 함께’ ‘신의 한수’ ‘타짜’ 등의 속편이 잇달아 만들어졌다. 스크린에서뿐만 아니다. TV를 틀어도 ‘보좌관 2’ 등 시즌제로 만들어진 드라마를 쉽게 볼 수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 17까지 나왔다.
속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제작사들은 오래 전 작품까지 적극 발굴하고 있다. ‘닥터 슬립’은 40여 년 전에 나왔던 스탠리 큐브릭의 대표작 ‘샤이닝’을 재탄생시킨 것이다. ‘샤이닝’에서 영혼을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졌던 소년 대니가 어른이 된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도 배치돼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아버지 잭이 대니와 아내를 위협하며 조각난 문틈 사이로 그들을 노려보던 장면이 대니가 동일하게 문틈 사이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장면으로 만들어졌다.
속편 제작은 1차적으로는 경제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인지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작품을 알리는 것과 다를 수 밖에 없다. 원작을 좋아했던 고정 팬들이 있어 일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속편을 더 재밌게 보기 위해 원작을 다시 찾아보기도 하니, 주문형비디오(VOD) 매출도 늘어난다.
이런 효과에도 콘텐츠 자체의 힘이 떨어진다면 속편 제작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마니아를 확보해 두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속편 제작의 확산은 여러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의 발전 자체를 입증한다. 쉽게 잊혀지지 않을 강렬한 캐릭터를 구축해 놓고, 다양하게 이야기로 확대·재생한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리썰 웨폰’을 만든 리처드 도너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속편을 만드는 건 단지 더 크고, 더 멀리 나아가려는 것만이 아니다. 속편은 캐릭터가 끌고 나가는 것이다. 매력적인 인물들간의 관계로 끌고 나가며 더욱 충성심 강한 관객을 만들어낸다.”
스토리와 캐릭터. 콘텐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중심축이다. 이 축이 확고히 형성되면서 원소스멀티유스(OSMU)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어벤져스’ 등으로 OSMU의 절정을 보여준 ‘마블’과 같은 전략이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저자 조너선 갓셜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고, 해당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재생산되길 원한다. 속편 제작은 하나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발전시키고 싶은 인간의 본능과 연결된 게 아닐까. 콘텐츠 산업의 최종 승자는 이런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본능을 끊임없이 충족시키는 자일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