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사진=연합뉴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사진=연합뉴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15일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첫 소환됐으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다 귀가한 데 대해 "진술거부권 즉 묵비권은 헌법 상 보장된 권리다"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조국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하는 주체는 검찰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임 소장은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 검찰의 수사 관행이면 뒤따라 오는 강제성은 가혹행위나 고문이다"라며 "검찰은 과거의 잘못된 수사기법을 마치 자랑하듯 조 전 장관의 묵비권이 마치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모양새로 꾸미는 비겁하고 못된 짓은 이제 그만하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체적 진실을 입증하라"며 "검찰의 저런 못된 버릇은 언제쯤 바로잡을 수 있나"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14일 오후 5시35분께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런 조사를 받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며 "아내의 공소장과 언론 등에서 저와 관련하여 거론되고 있는 혐의 전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서 분명히 부인하는 입장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랜 기간 수사를 해 왔으니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법정에서 모든 것에 대하여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접견을 마치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접견을 마치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의 묵비권 행사는 본인 재판을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이지만 전 민정수석, 전 법무부장관으로서 국민이 보기에는 안 좋은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35분께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오후 5시30분까지 변호인 입회하에 약 8시간가량 조사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상대로 부인 정경심(57) 교수와 관련한 각종 혐의에 대해 질문했지만, 조 전 장관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장관 사퇴 직전까지 포토라인을 전면 폐지하는 방향으로 법무부 훈령 개정을 추진했다. 현재 시행 중인 법무부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 따르면 차관급 이상 전·현직 고위 공무원 등 공적 인물은 검찰 출석 시 예외적으로 촬영이 허용된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출석 장면을 촬영할 수 없도록 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공개 출석 폐지의 첫 수혜자가 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모든 학생들이 공정한 경쟁을 위해 수능 시험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날 그 공정성을 완전히 무너뜨린 장본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면서 "구차하고 불필요하기 때문에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해명은 수능을 치르고 나온 학생들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공정성 침해, 입시비리, 금전만능주의, 불법적인 사모펀드 그리고 사법정의를 무너뜨린 증거위조인멸은닉 혐의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면서 "이는 개혁과 반개혁라는 진영논리 통해 본 사건을 정치사건화하려는 의도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피의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치환하며 지지세력의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조사 받고 있는 사건은 조국 동생과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구속 사건 혐의와 중복된다. 그들에게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검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15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부인 정 교수를 접견했다. 이는 국정농단 사건 장본인 최서원(최순실) 씨가 '이화여대 입시 방해' 혐의로 재판받을 당시 딸 정유라 씨도 공범 관계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수사 중이라는 점 때문에 접견이 불허됐던 것과 비교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