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도 노조설립 가능"…법원 판결에 물류회사들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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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첫 인정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는 택배기사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택배를 비롯한 물류 업계에선 파업 등 ‘노조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 결정 취소 소송에서 “택배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사측은 전국택배연대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물류업계엔 비상등이 켜졌다. 이번 판결의 영향은 CJ대한통운을 비롯한 국내 전체 택배회사와 택배기사 약 4만5000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태완 택배노조위원장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 사법부 판단을 환영한다”며 “국내 택배 회사들은 거의 유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이번 판결의 영향은 CJ대한통운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택배노조는 이듬해 1월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이지 소속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재심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이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놨다. 이에 사측이 해당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특정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결정하는지, 실질적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며 “약간 이질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택배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택배노조는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유지 및 개선,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노조법상 노조가 맞다”며 “노조가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니 사측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택배기사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소송 당사자인 CJ대한통운 외에도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택배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전국의 택배기사 약 4만5000명 중 80~90%가 4개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현재까지 노조에 가입한 택배기사는 약 2500명이다. 김태완 택배노조위원장은 “국내 택배 회사들은 거의 유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이번 판결의 영향은 CJ대한통운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며 “앞으로 노조 가입 인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택배 회사와 대리점주들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택배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중에서도 개인 사업자적 성격이 가장 강한 업종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택배 산업은 CJ대한통운 등 택배 회사와 지역별 대리점, 택배기사가 각각 계약을 맺는 구조다.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근로계약이 아닌 독립사업자로서 계약을 맺고 배달 건당 수수료를 챙긴다. 경기도의 한 택배 대리점주는 “택배기사들은 개인 영업을 통해 거래처를 확보하고, 일부는 본인 권역의 물량이 넘칠 때 자체적으로 아르바이트를 많게는 5~6명까지 고용한다”며 “상식적으로 자영업자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택배를 비롯한 물류 업계는 ‘노조 리스크’로 비상이 걸렸다. 업계 특성상 노조가 파업 등을 무기로 들고 나오면 업무가 사실상 마비돼 노조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택배노조는 본사 직고용 전환과 수수료 체계 개선, 휴일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택배 기사 700여 명이 한달 간 파업했을 때 배송이 밀려 훼손된 물품 배상 비용 등으로 수십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리점들도 별도로 수백만원의 사고 비용을 댔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에는 소비자 부담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들어 법원은 특수고용직에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학습지교사와 방송연기자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지난 1, 2월에는 현대차 대리점 영업사원인 ‘카마스터’와 철도역 위탁 매점운영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는 판결을 각각 내놨다. 대형 로펌의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 범위에 대해 법원이 전향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 결정 취소 소송에서 “택배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사측은 전국택배연대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물류업계엔 비상등이 켜졌다. 이번 판결의 영향은 CJ대한통운을 비롯한 국내 전체 택배회사와 택배기사 약 4만5000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태완 택배노조위원장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 사법부 판단을 환영한다”며 “국내 택배 회사들은 거의 유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이번 판결의 영향은 CJ대한통운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택배노조는 이듬해 1월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이지 소속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재심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이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놨다. 이에 사측이 해당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특정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결정하는지, 실질적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며 “약간 이질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택배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택배노조는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유지 및 개선,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노조법상 노조가 맞다”며 “노조가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니 사측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택배기사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소송 당사자인 CJ대한통운 외에도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택배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전국의 택배기사 약 4만5000명 중 80~90%가 4개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현재까지 노조에 가입한 택배기사는 약 2500명이다. 김태완 택배노조위원장은 “국내 택배 회사들은 거의 유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이번 판결의 영향은 CJ대한통운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며 “앞으로 노조 가입 인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택배 회사와 대리점주들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택배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중에서도 개인 사업자적 성격이 가장 강한 업종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택배 산업은 CJ대한통운 등 택배 회사와 지역별 대리점, 택배기사가 각각 계약을 맺는 구조다.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근로계약이 아닌 독립사업자로서 계약을 맺고 배달 건당 수수료를 챙긴다. 경기도의 한 택배 대리점주는 “택배기사들은 개인 영업을 통해 거래처를 확보하고, 일부는 본인 권역의 물량이 넘칠 때 자체적으로 아르바이트를 많게는 5~6명까지 고용한다”며 “상식적으로 자영업자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택배를 비롯한 물류 업계는 ‘노조 리스크’로 비상이 걸렸다. 업계 특성상 노조가 파업 등을 무기로 들고 나오면 업무가 사실상 마비돼 노조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택배노조는 본사 직고용 전환과 수수료 체계 개선, 휴일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택배 기사 700여 명이 한달 간 파업했을 때 배송이 밀려 훼손된 물품 배상 비용 등으로 수십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리점들도 별도로 수백만원의 사고 비용을 댔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에는 소비자 부담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들어 법원은 특수고용직에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학습지교사와 방송연기자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지난 1, 2월에는 현대차 대리점 영업사원인 ‘카마스터’와 철도역 위탁 매점운영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는 판결을 각각 내놨다. 대형 로펌의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 범위에 대해 법원이 전향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