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 실상을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에 불참했다. 최근 동료 선원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주민 2명을 강제추방하면서 불거진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외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인권 담당)는 14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 침해를 비판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05년부터 15년 연속이다. 회원국 가운데 표결을 요청한 나라가 없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채택됐다. 중국과 러시아, 베네수엘라, 쿠바 등은 인권결의안 채택에 반대했지만 표결을 요구하진 않았다.

결의안은 강제수용소 운영,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각종 인권 침해 행위를 나열하며 “북한에서는 오랜 기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인도에 반하는 죄에 ‘가장 책임있는 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이번 결의안과 관련해 “북한에서 인권 유린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적대 세력이 신성한 유엔 무대에서 대결을 부추기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반박했다.

한국이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것은 11년 만이다. 이번 결의안에는 미국, 일본, EU 국가 등 61개국이 공동제안에 참여했다. 외교부도 지난해까지 10년간 ‘뜻을 같이한다는 차원’이라며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려왔다.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이날 결의안과 관련해 “지금의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번에는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최근 북한 인권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둘러싸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를 남북 관계를 유지해가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는 지적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근무하기도 했던 유엔 인권 업무를 총괄하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최근 북한 주민 강제북송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