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유한 한국, 방위비 더 내라"…韓 "공평한 수준서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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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국방장관 '안보협의회의' 기자회견서 異見 드러내
美, 올해의 6배 50억弗 요구
"분담금 90% 韓에 다시 들어가
연말까지 증액 상태로 체결해야"
美, 올해의 6배 50억弗 요구
"분담금 90% 韓에 다시 들어가
연말까지 증액 상태로 체결해야"
“한국은 더 낼 능력이 있고, 더 내야 한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5일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끝난 뒤 열린 양국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분담금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지칭하고, 마치 준비된 답변처럼 “한국이 이전보다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연내 타결을 목표로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에 분담금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외교당국 간 벌이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 증액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향후 협상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한국 측에 올해(1조389억원)의 여섯 배에 달하는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한국, 더 많이 기여해야”
에스퍼 장관은 이날 공동 회견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회견 모두발언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한·미의 연합방어능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연말까지 대한민국의 분담금이 늘어난 상태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 얘기하면 방위비와 관련해 우방국, 동맹국에 기여도를 좀 더 부담하도록 하는 쪽으로 얘기했다”며 “이런 메시지를 아시아와 유럽 등에도 전달했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은 “한국이 지출한 분담금 90%는 한국에 그대로 들어가는 예산”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계속해서 한국뿐 아니라 다른 우방국,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된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양국 간 방위비 분담금이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아전인수’ 격 논리 내세우는 美
에스퍼 장관이 이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며 밝힌 “한국이 낸 분담금 90%는 한국에 들어간다”는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아전인수 격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이 낸 방위비 분담금은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미군기지 내 시설 건설)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지원) 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뉘어 사용된다. 올해 2월 타결된 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까지는 미국의 이 같은 논리가 통할 수 있지만, 현재 이뤄지는 11차 협상에 이 잣대를 들이대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한국 측에 50억달러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면서 이 금액에 한국에 전개되는 전략자산 비용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정찰기, 정찰위성 비용과 한·미 연합훈련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50억달러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맞추기 위해 미국이 주한미군의 통상 훈련 비용까지 우리 측에 부담 지우려 하고 있다”며 “미국이 내세운 논리는 방위비 증액과 연계할 수 없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세 번째 회의가 오는 18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국 측의 과도한 증액 요구와 관련해 정치권 내에선 반발 기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야 의원 47명은 이날 국회에서 “미국의 방위비 증액 협박이 도를 넘었다”며 “50억달러 분담금을 요구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주둔 비용 총액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 시사
에스퍼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 조정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앞서 지난 13일 한국행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증진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추가로 축소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 회견에선 “군과 훈련의 목적은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더 강화하고 증강시키려는 것”이라며 “외교적 노력을 할 수 있는 문이 닫히지 않도록 지원하고 이 같은 노력을 동맹 차원에서 해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우리 군당국은 외교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 지원하면서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문제가 없도록 훈련을 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5일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끝난 뒤 열린 양국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분담금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지칭하고, 마치 준비된 답변처럼 “한국이 이전보다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연내 타결을 목표로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에 분담금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외교당국 간 벌이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 증액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향후 협상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한국 측에 올해(1조389억원)의 여섯 배에 달하는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한국, 더 많이 기여해야”
에스퍼 장관은 이날 공동 회견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회견 모두발언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한·미의 연합방어능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연말까지 대한민국의 분담금이 늘어난 상태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 얘기하면 방위비와 관련해 우방국, 동맹국에 기여도를 좀 더 부담하도록 하는 쪽으로 얘기했다”며 “이런 메시지를 아시아와 유럽 등에도 전달했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은 “한국이 지출한 분담금 90%는 한국에 그대로 들어가는 예산”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계속해서 한국뿐 아니라 다른 우방국,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된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양국 간 방위비 분담금이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아전인수’ 격 논리 내세우는 美
에스퍼 장관이 이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며 밝힌 “한국이 낸 분담금 90%는 한국에 들어간다”는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아전인수 격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이 낸 방위비 분담금은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미군기지 내 시설 건설)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지원) 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뉘어 사용된다. 올해 2월 타결된 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까지는 미국의 이 같은 논리가 통할 수 있지만, 현재 이뤄지는 11차 협상에 이 잣대를 들이대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한국 측에 50억달러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면서 이 금액에 한국에 전개되는 전략자산 비용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정찰기, 정찰위성 비용과 한·미 연합훈련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50억달러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맞추기 위해 미국이 주한미군의 통상 훈련 비용까지 우리 측에 부담 지우려 하고 있다”며 “미국이 내세운 논리는 방위비 증액과 연계할 수 없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세 번째 회의가 오는 18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국 측의 과도한 증액 요구와 관련해 정치권 내에선 반발 기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야 의원 47명은 이날 국회에서 “미국의 방위비 증액 협박이 도를 넘었다”며 “50억달러 분담금을 요구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주둔 비용 총액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 시사
에스퍼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 조정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앞서 지난 13일 한국행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증진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추가로 축소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 회견에선 “군과 훈련의 목적은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더 강화하고 증강시키려는 것”이라며 “외교적 노력을 할 수 있는 문이 닫히지 않도록 지원하고 이 같은 노력을 동맹 차원에서 해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우리 군당국은 외교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 지원하면서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문제가 없도록 훈련을 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