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유행 기준을 넘어서면서 보건당국이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성인보다 어린이·청소년 환자가 많으므로 아이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주(3~9일) 의료기관을 찾은 독감 의심환자가 외래환자 1000명당 7.0명으로 유행 기준(5.9명)을 넘어서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시기(2018년 11월 16일)다.

올해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주 만 7~12세 어린이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3.2명이었다. 유행 기준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만 1~6세는 10.4명, 만 13~18세는 8.0명이었다. 단체생활을 하는 어린이집,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독감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겨울마다 환자가 늘어나는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콧속, 인두, 후두 등 상기도에 감염증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독감은 상기도 감염증을 일으키는 여러 바이러스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질환을 말한다.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세계적 유행이 빈번하고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 따로 분류한다”고 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B·C형 세 가지다. 대유행을 일으키는 것은 A형 바이러스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아 매년 새로운 항원형이 유행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겨울에 환자가 많다. B형 바이러스는 이보다는 유전형이 단순하다. 증상도 덜하다. 주로 봄에 환자가 많아 봄 독감으로도 불린다.

독감은 평균 이틀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시작된다. 고열, 기침, 콧물, 식욕부진, 설사, 관절통 등이다. 증상이 시작된 뒤 3~4일 동안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온 작은 비말(침방울)로 전파된다. 감염자의 콧물이나 침 등이 문 손잡이, 전화기, 컴퓨터 키보드 등의 표면에 떨어지면 최대 48시간까지 바이러스가 생존해 전파된다.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으면 독감 증상 지속기간을 줄일 수 있다.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되면 합병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은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아도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할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 뒤 환각, 섬망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약을 먹은 뒤에는 이틀 정도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송 교수는 “항바이러스 제제 투여보다 더 중요한 치료법은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라며 “습도를 높이면 건조한 환경에서 활발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번식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하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