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파업하면 속수무책…물류 비용 결국 오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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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택배기사 노동3권 첫 인정…물류업계 초비상
택배기사 4만5000명 중 80% 이상이 '빅4' 택배사와 계약
"알바 둔 자영업자인데…파업손실 결국 소비자 부담될 것"
택배기사 4만5000명 중 80% 이상이 '빅4' 택배사와 계약
"알바 둔 자영업자인데…파업손실 결국 소비자 부담될 것"
택배기사도 노동조합법에 따라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을 보장받는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현재 2500여 명인 택배노조 조합원 수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물류업계에선 택배업 특성상 노조가 파업 등을 무기로 들고 나오면 “꼼짝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수형태근로자 중에서도 개인사업자의 성격이 강한 택배기사까지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만큼 다른 업종의 특수형태근로자도 근로자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J, 택배노조 교섭 요구에 응해야”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을 단체교섭 대상으로 인정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택배노조는 이듬해 1월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이지 소속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재심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이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놨다. 이에 사측이 해당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제공자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특정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결정하는지, 실질적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며 “약간 이질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택배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택배노조는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유지 및 개선,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노조법상 노조가 맞다”며 “노조가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니 사측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택배기사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소송 당사자인 CJ대한통운 외에도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택배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전국의 택배기사 약 4만5000명 중 80~90%가 4개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현재까지 노조에 가입한 택배기사는 약 2500명이다. 김태완 택배노조위원장은 “앞으로 노조 가입 인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사 스스로 고용한 알바 5~6명인데…
택배 회사와 대리점주들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택배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중에서도 개인 사업자적 성격이 가장 강한 업종 가운데 하나라는 주장이다. 택배산업은 CJ대한통운 등 택배 회사와 지역별 대리점, 택배기사가 각각 계약을 맺는 구조다.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근로계약이 아니라 독립사업자로서 계약을 맺고 배달 건당 수수료를 챙긴다. 경기지역의 한 택배 대리점주는 “택배기사들은 개인 영업을 통해 거래처를 확보하고, 일부는 본인 권역의 물량이 넘칠 때 자체적으로 아르바이트를 많게는 5~6명까지 고용한다”며 “직접 직원을 고용해 사업을 하는 명백한 자영업자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택배를 비롯한 물류업계는 ‘노조 리스크’로 비상이 걸렸다. 업계 특성상 노조가 파업 등을 무기로 들고 나오면 업무가 사실상 마비돼 노조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택배노조는 본사 직고용 전환과 수수료 체계 개선, 휴일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별로 다른 택배비를 문제 삼아 택배기사에게 지급하는 급료를 올려달라는 것도 요구 사항이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700여 명이 한 달간 파업했을 때 배송이 밀려 훼손된 물품 배상 비용 등으로 수십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에는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들어 법원은 특수고용직에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학습지교사와 방송연기자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지난 1, 2월에는 현대자동차 대리점 영업사원인 ‘카마스터’와 철도역 위탁 매점운영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는 판결을 각각 내놨다. 대형 로펌의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 범위에 대해 법원이 전향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회사와 근로계약이 아니라 독립사업자(자영업자)로서 계약을 맺는 근로자를 말한다. 줄여서 ‘특수고용직’이라고도 한다.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 기사 등이 해당한다. 최근 법원은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특수고용직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신연수/오현우 기자 sys@hankyung.com
“CJ, 택배노조 교섭 요구에 응해야”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을 단체교섭 대상으로 인정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택배노조는 이듬해 1월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이지 소속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재심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이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놨다. 이에 사측이 해당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제공자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특정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결정하는지, 실질적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며 “약간 이질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택배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택배노조는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유지 및 개선,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노조법상 노조가 맞다”며 “노조가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니 사측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택배기사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소송 당사자인 CJ대한통운 외에도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택배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전국의 택배기사 약 4만5000명 중 80~90%가 4개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현재까지 노조에 가입한 택배기사는 약 2500명이다. 김태완 택배노조위원장은 “앞으로 노조 가입 인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사 스스로 고용한 알바 5~6명인데…
택배 회사와 대리점주들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택배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중에서도 개인 사업자적 성격이 가장 강한 업종 가운데 하나라는 주장이다. 택배산업은 CJ대한통운 등 택배 회사와 지역별 대리점, 택배기사가 각각 계약을 맺는 구조다.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근로계약이 아니라 독립사업자로서 계약을 맺고 배달 건당 수수료를 챙긴다. 경기지역의 한 택배 대리점주는 “택배기사들은 개인 영업을 통해 거래처를 확보하고, 일부는 본인 권역의 물량이 넘칠 때 자체적으로 아르바이트를 많게는 5~6명까지 고용한다”며 “직접 직원을 고용해 사업을 하는 명백한 자영업자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택배를 비롯한 물류업계는 ‘노조 리스크’로 비상이 걸렸다. 업계 특성상 노조가 파업 등을 무기로 들고 나오면 업무가 사실상 마비돼 노조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택배노조는 본사 직고용 전환과 수수료 체계 개선, 휴일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별로 다른 택배비를 문제 삼아 택배기사에게 지급하는 급료를 올려달라는 것도 요구 사항이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700여 명이 한 달간 파업했을 때 배송이 밀려 훼손된 물품 배상 비용 등으로 수십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에는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들어 법원은 특수고용직에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학습지교사와 방송연기자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지난 1, 2월에는 현대자동차 대리점 영업사원인 ‘카마스터’와 철도역 위탁 매점운영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는 판결을 각각 내놨다. 대형 로펌의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 범위에 대해 법원이 전향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회사와 근로계약이 아니라 독립사업자(자영업자)로서 계약을 맺는 근로자를 말한다. 줄여서 ‘특수고용직’이라고도 한다.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 기사 등이 해당한다. 최근 법원은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특수고용직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신연수/오현우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