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AI에 돼지열병…지자체 "더는 묻을 곳 없다"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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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조성된 가축 매몰지 전국에 4천∼5천여곳 달해
대부분 포화 상태, 자치단체 "매몰처리 방식 전환 시급" 거의 매년 되풀이되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에다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겹치면서 살처분 가축 매몰지가 한계에 다다랐다.
지방자치단체와 농가는 살처분한 돼지와 소, 닭 등을 묻을 곳이 더는 없다며 매몰처리 방식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14일 경기도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까지 구제역·AI·ASF 등 가축 질병 발생으로 조성한 매몰지는 4천∼5천 곳에 달한다.
3개 질병이 모두 발병해 피해가 컸던 경기도에는 지난 10년간 모두 2천517곳의 매몰지가 만들어졌다.
이 중 여전히 관리 중인 매몰지는 올해 ASF 발병 뒤 조성한 71곳을 포함해 모두 213곳으로 늘었다.
나머지 2천304곳은 매몰지 관리지침에 따라 관리대상에서 해제했다.
그러나 관리대상에서 해제됐다 하더라도 사체 잔존물이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아 다시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침출수 유출 사고를 막기 위해 현재는 살처분 가축을 대형 용기(FRP)에 담아 땅속에 묻지만 수년 전만 하더라도 구덩이에 비닐을 깐 뒤 살처분한 가축을 그대로 매몰했다.
특히 구제역이 창궐했던 2010∼2011년에는 가축을 산 채로 묻기도 했다.
구제역 피해가 컸던 파주나 연천지역 농장내부는 대부분 매몰용지로 사용돼 추가 매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전국이 비슷한 상황이다.
충남지역에도 모두 206곳의 가축 매몰지가 조성됐다.
이 중 150여 곳은 전국 최대 돼지 사육지인 충남 홍성에 있다.
충남지역에는 현재 74곳의 매몰지를 관리하고 있다.
강원지역에는 2010년부터 모두 470곳의 매몰지가 만들어졌다.
철원 갈말읍 2곳 등 7곳은 배수로 정비와 매몰지 비닐 보수 등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에서도 2005년 이후 283곳의 매몰지가 만들어졌으나 관리대상에서 모두 해제된 상태다.
과거 AI 피해가 컸던 전남, 구제역 피해가 났던 경북 지역에도 많은 매몰지가 조성됐다.
방역 당국은 가축 질병 발생 때 확산을 막기 위해 랜더링 방식(사체를 고온멸균 처리한 뒤 기름 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을 퇴비나 사료원료로 활용) 또는 매몰 처리 방식으로 사체를 처리한다.
그러나 랜더링 시설이 많지 않아 많은 양의 사체를 한꺼번에 처리할 때는 매몰 처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 11일 연천 매몰지 침출수 유출 사고는 매몰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데서 비롯됐다.
연천군은 매몰지 확보가 어렵게 되자 랜더링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
그러나 ASF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인 살처분에 많은 시일이 걸리자 농림축산식품부의 독촉을 받고 급하게 매몰 처리하려 했다.
양돈농가의 축사 내에 더는 묻을 땅이 없자 급히 군부대의 협조를 얻어 매몰하려 했는데 매몰 처리에 필요한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 제작이 늦어진 데다 많은 비가 내리며 쌓아놓은 사체에서 침출수가 그대로 유출된 것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연천은 과거 구제역 때 대부분 양돈 농가가 축사 내에 사체를 묻은 곳"이라며 "땅값 하락 등을 우려한 대부분 토지주가 매몰지 사용을 허락하지 않아 매몰지 확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살처분·매몰 처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몰 처리는 많은 양을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으나 적정 매몰지 확보가 어렵고 재입식 때 불이익 우려와 악취 등으로 농장주와 인근 주민의 민원이 발생한다.
또 토지의 가치 하락으로 땅 주인이 매몰지 활용을 꺼린다.
사후 관리에도 많은 예산이 수반된다.
랜더링 처리는 사후관리가 필요하지 않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으나 고가의 처리시설을 갖춰야 한다.
ASF 발병과 관련해 경기도는 195 농가의 돼지 32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이 중 14만7천 마리는 FRP 용기에 담아 매몰 처리하고 9만6천마리는 랜더링 시설에서 처리했다.
나머지는 기타 방식으로 처리했다.
경기지역에는 연천과 포천에 1개씩, 모두 2개의 랜더링 시설밖에 없어 하루 돼지 4천∼6천마리(60t)만 처리할 수 있는 등 시설이 부족해 절반가량을 매몰 처리했다.
살처분 비용 추정치는 614억9천만원이다.
매몰처리 때 마리 당 소요되는 비용은 26만원으로, 랜더링 처리 때 드는 비용(11만2천원으로 추산)의 2.5배에 달한다.
각 지자체는 매몰지 확보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유럽 국가들처럼 매몰 방식에서 벗어나 처리시설을 갖출 것을 원하고 있다.
스위스나 독일 등 EU 국가들은 토양 등 환경 오염과 과도한 비용 문제로 비매몰 방식을 법제화하고 있다.
경기도는 하루 270t을 처리할 수 있는 동물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80억원을 들여 시설을 갖추면 평상시에는 도축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등을 처리하고 구제역이나 ASF 등 가축 질병 발생 때 신속한 살처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경기도는 판단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매년 구제역, AI가 발생하고 있어 더는 매몰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해 재활용하기 때문에 매몰지가 필요 없는 동물자원순환센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수, 임보연, 양영석, 우영식 기자)
/연합뉴스
대부분 포화 상태, 자치단체 "매몰처리 방식 전환 시급" 거의 매년 되풀이되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에다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겹치면서 살처분 가축 매몰지가 한계에 다다랐다.
지방자치단체와 농가는 살처분한 돼지와 소, 닭 등을 묻을 곳이 더는 없다며 매몰처리 방식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14일 경기도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까지 구제역·AI·ASF 등 가축 질병 발생으로 조성한 매몰지는 4천∼5천 곳에 달한다.
3개 질병이 모두 발병해 피해가 컸던 경기도에는 지난 10년간 모두 2천517곳의 매몰지가 만들어졌다.
이 중 여전히 관리 중인 매몰지는 올해 ASF 발병 뒤 조성한 71곳을 포함해 모두 213곳으로 늘었다.
나머지 2천304곳은 매몰지 관리지침에 따라 관리대상에서 해제했다.
그러나 관리대상에서 해제됐다 하더라도 사체 잔존물이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아 다시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침출수 유출 사고를 막기 위해 현재는 살처분 가축을 대형 용기(FRP)에 담아 땅속에 묻지만 수년 전만 하더라도 구덩이에 비닐을 깐 뒤 살처분한 가축을 그대로 매몰했다.
특히 구제역이 창궐했던 2010∼2011년에는 가축을 산 채로 묻기도 했다.
구제역 피해가 컸던 파주나 연천지역 농장내부는 대부분 매몰용지로 사용돼 추가 매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전국이 비슷한 상황이다.
충남지역에도 모두 206곳의 가축 매몰지가 조성됐다.
이 중 150여 곳은 전국 최대 돼지 사육지인 충남 홍성에 있다.
충남지역에는 현재 74곳의 매몰지를 관리하고 있다.
강원지역에는 2010년부터 모두 470곳의 매몰지가 만들어졌다.
철원 갈말읍 2곳 등 7곳은 배수로 정비와 매몰지 비닐 보수 등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에서도 2005년 이후 283곳의 매몰지가 만들어졌으나 관리대상에서 모두 해제된 상태다.
과거 AI 피해가 컸던 전남, 구제역 피해가 났던 경북 지역에도 많은 매몰지가 조성됐다.
방역 당국은 가축 질병 발생 때 확산을 막기 위해 랜더링 방식(사체를 고온멸균 처리한 뒤 기름 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을 퇴비나 사료원료로 활용) 또는 매몰 처리 방식으로 사체를 처리한다.
그러나 랜더링 시설이 많지 않아 많은 양의 사체를 한꺼번에 처리할 때는 매몰 처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 11일 연천 매몰지 침출수 유출 사고는 매몰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데서 비롯됐다.
연천군은 매몰지 확보가 어렵게 되자 랜더링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
그러나 ASF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인 살처분에 많은 시일이 걸리자 농림축산식품부의 독촉을 받고 급하게 매몰 처리하려 했다.
양돈농가의 축사 내에 더는 묻을 땅이 없자 급히 군부대의 협조를 얻어 매몰하려 했는데 매몰 처리에 필요한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 제작이 늦어진 데다 많은 비가 내리며 쌓아놓은 사체에서 침출수가 그대로 유출된 것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연천은 과거 구제역 때 대부분 양돈 농가가 축사 내에 사체를 묻은 곳"이라며 "땅값 하락 등을 우려한 대부분 토지주가 매몰지 사용을 허락하지 않아 매몰지 확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살처분·매몰 처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몰 처리는 많은 양을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으나 적정 매몰지 확보가 어렵고 재입식 때 불이익 우려와 악취 등으로 농장주와 인근 주민의 민원이 발생한다.
또 토지의 가치 하락으로 땅 주인이 매몰지 활용을 꺼린다.
사후 관리에도 많은 예산이 수반된다.
랜더링 처리는 사후관리가 필요하지 않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으나 고가의 처리시설을 갖춰야 한다.
ASF 발병과 관련해 경기도는 195 농가의 돼지 32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이 중 14만7천 마리는 FRP 용기에 담아 매몰 처리하고 9만6천마리는 랜더링 시설에서 처리했다.
나머지는 기타 방식으로 처리했다.
경기지역에는 연천과 포천에 1개씩, 모두 2개의 랜더링 시설밖에 없어 하루 돼지 4천∼6천마리(60t)만 처리할 수 있는 등 시설이 부족해 절반가량을 매몰 처리했다.
살처분 비용 추정치는 614억9천만원이다.
매몰처리 때 마리 당 소요되는 비용은 26만원으로, 랜더링 처리 때 드는 비용(11만2천원으로 추산)의 2.5배에 달한다.
각 지자체는 매몰지 확보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유럽 국가들처럼 매몰 방식에서 벗어나 처리시설을 갖출 것을 원하고 있다.
스위스나 독일 등 EU 국가들은 토양 등 환경 오염과 과도한 비용 문제로 비매몰 방식을 법제화하고 있다.
경기도는 하루 270t을 처리할 수 있는 동물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80억원을 들여 시설을 갖추면 평상시에는 도축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등을 처리하고 구제역이나 ASF 등 가축 질병 발생 때 신속한 살처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경기도는 판단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매년 구제역, AI가 발생하고 있어 더는 매몰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해 재활용하기 때문에 매몰지가 필요 없는 동물자원순환센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수, 임보연, 양영석, 우영식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