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휩쓸던 해외 SPA 브랜드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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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SPA 브랜드 전체적 부진
90년대생 덜 찾고, 00년생에겐 각인 못 돼
'싼 여러 벌보다 비싼 한 벌 사자'는 최근 소비심리
90년대생 덜 찾고, 00년생에겐 각인 못 돼
'싼 여러 벌보다 비싼 한 벌 사자'는 최근 소비심리

한때 초, 중등생들에게 '제 2의 교복'이라 불리기도 했던 GAP은 최근 몇년간의 수익 부진을 책임지고 이번 달 아트 펙 CEO가 전격 사퇴했다. SPA 업계 '탑3'라는 유니클로·H&M·ZARA도 사정이 썩 좋진 않다. 끝을 모르고 치솟던 SPA 업계의 상승세가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자, 업계에선 이들이 소비자의 최근 소비 트렌드에 맞지 않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패스트패션이라고도 불리는 SPA 브랜드들은 '자가상표부착제' 유통방식을 사용한다. 쉽게 말하면 SPA 업체들은 생산단가와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업체가 의류를 자체생산·자체소매하는 생산과 소매 유통 겸업 방식을 사용한다. 싼 가격과 함께 유행에 따라 빠르게 트렌드에 맞춘 옷을 내놓는 게 특징이다. 해외 SPA 브랜드들은 2010년 중후반까지도 전세계는 물론 한국에서도 패션 트렌드를 휘어잡았다.
한인이 창립한 FOERVER 21은 한 때 전세계 의류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글로벌 SPA 브랜드다. 하지만 몇년 새 지나친 공격적인 매장 확대가 독이 돼 현재 부채가 약 1조~12조원 내(추정치)로 치솟았다. 이를 극복하지 못해 현재는 파산보호신청을 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FOREVER 21측은 40개 국가에 있는 800여개 매장 중 350개 매장을 철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SPA 개념의 창시자 격인 GAP은 2015년에 비해 순이익은 20%가량 감소하고 매년 연간 순이익 목표를 내려잡는 등 저조한 매출 실적을 몇년 째 이어가고 있다. 이에 책임을 지고 아트 펙 CEO가 물러났다. 올초 GAP은 2년 안에 200여개의 매점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ZARA를 운영하는 스페인 패션기업 인디텍스SMS 지난해 1월 마감한 회계연도 이익이 1% 증가로 나타났다. 7%,8% 성장했던 2017년과 2016년에 비해 성장세가 확연히 주춤해졌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매출이 7%, 영업이익이 3.5% 늘었다. 전체적인 실적은 늘었다지만 작년 성장세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줄은 수치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일본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고, 한국과 미국의 성장세도 둔화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를 외면하며 전반적인 해외 SPA 시장을 움추리게 만들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결산자료에서 "(한국 사업은) 하반기 봄 상품이 부진했고 불매운동 영향을 받아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절대강자'라던 SPA 브랜드들의 부진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외국의 한 교수는 SPA 브랜드들의 부진을 두고 글로벌 소비자의 소비트랜드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소비자들 역시 해외 SPA브랜드를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인의 체형과 맞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분석을 차치하고 말하면 우선 경기침체가 컸다. 전반적인 경기불황에 의류 구매 자체를 줄이고 있다. 패션업계는 불황으로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8% 성장한 43조2181억원이었다. 물가 인상분을 고려하면 사실상 시장이 줄어들은 것과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의류 구매를 점차적으로 줄여가는 가운데에서도 최근 명품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으면서 돈을 아껴 발렌시아가 구찌 등 '영 럭셔리' 브랜드를 사는 이른바 '편백족'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9월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하지만 외려 해외 명품 판매는 14.7%늘었다. '여러 벌의 싼 옷을 사는 것 보다는 한 벌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비싼 옷을 사겠다'는 소비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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