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보다 '게임방송'만 남긴 지스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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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지스타는 게임사들이 신작을 뽐내는 자리였는데 올해는 신작 대신 볼거리 행사나 e스포츠가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재 국내 게임 업계의 우울한 현실인 것과 동시에 게임 산업의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 15일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9'를 둘러본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지스타를 한 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17일 막을 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9'는 '보는 게임'이 본격적인 산업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는 평가와 함께 저조한 신작 발표로 국내 게임 산업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 자리였다.
올해 지스타의 외형은 오히려 커졌다. 36개국 691개사가 참여하며 전년(2966부스) 대비 8.2% 증가한 3208 부스로 열려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우려와 달리 개막 이틀 간 누적 관람객도 9만2668명으로 전년보다 4.4% 늘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내실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국내 주요 게임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신작 부재'로 일찌감치 지스타 불참을 선언하면서 개막 전부터 김이 샜다.
2005년 1회 행사 때부터 14년간 '지스타 개근'을 해왔던 넥슨은 최근 회사 매각이 불발되고 PC사업부와 모바일 사업부의 통합 등 조직개편이 겹치면서 지스타 참석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출시한 모바일 게임 '트라하'의 성적이 부진한 점 등도 지스타 참여 대신 신작 개발에 집중하기로 한 이유다. 넥슨 관계자는 "개발과 서비스 중인 자사 게임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기 위해 올해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넥슨은 올 상반기까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간판 게임들 영향에 사상 최대 매출을 냈지만 뚜렷한 신작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넥슨은 최근 개발중이던 5개 프로젝트마저 전격 중단하는 등 그야말로 '신작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3년째 자취를 감춘 엔씨소프트도 올해 마땅한 흥행작이 없는 상황에서 모바일 신작 '리니지 2M' 출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스타에 불참했다는 후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M'의 노후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년간 리니지 2M 개발에 매진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국내 게임사들의 '부진한 성적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마트폰 앱 마켓 분석 사이트인 게볼루션에 따르면 지난 1~3분기 국내 모바일 게임 순위 상위 5위 중 국산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5위) 1종에 불과했다.
1위는 중국 업체인 릴리즈게임즈의 '라이즈 오브 킹덤즈', 2위도 중국 4399네트워크의 '기적의 검'이 차지했다. 3위와 4위는 핀란드 수퍼셀의 '브롤스타즈'와 중국 엑스디글로벌의 '오늘도 우라라 원시헌팅 라이프'가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 같은 거대 게임사가 신작 없이 과거 게임으로만 버티고 있는 상황이 국내 게임 업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넥슨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14년 전 출시된 던전앤파이터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지스타에선 이들의 빈 자리를 게임사 대신 유튜브·아프리카TV 등 비(非) 게임 업체가 채우는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 유튜브는 올해 처음으로 지스타에 부스를 차렸다.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국내 게임 유튜버 12팀을 직접 선정해 육성하는 등 게임 방송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60부스 규모의 전시장을 올해 100부스로 늘렸다. 웬만한 주요 게임사 부스를 능가하는 규모다. 유명 유튜버·BJ들을 앞세운 라이브 게임 방송을 선보이면서 올해 지스타 현장에서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게임 방송 콘텐츠를 통해 게임의 노하우나 스토리를 알려주는 방법으로 게임 산업의 또 다른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 팬들이 직접 게임을 하는 대신 게임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10~20대 젊은 세대들이 직접 돈을 써가면서 게임을 하기보단 고사양 아이템을 거리낌 없이 구매해 엄청난 게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BJ들의 게임 방송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지난 15일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9'를 둘러본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지스타를 한 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17일 막을 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9'는 '보는 게임'이 본격적인 산업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는 평가와 함께 저조한 신작 발표로 국내 게임 산업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 자리였다.
올해 지스타의 외형은 오히려 커졌다. 36개국 691개사가 참여하며 전년(2966부스) 대비 8.2% 증가한 3208 부스로 열려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우려와 달리 개막 이틀 간 누적 관람객도 9만2668명으로 전년보다 4.4% 늘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내실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국내 주요 게임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신작 부재'로 일찌감치 지스타 불참을 선언하면서 개막 전부터 김이 샜다.
2005년 1회 행사 때부터 14년간 '지스타 개근'을 해왔던 넥슨은 최근 회사 매각이 불발되고 PC사업부와 모바일 사업부의 통합 등 조직개편이 겹치면서 지스타 참석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출시한 모바일 게임 '트라하'의 성적이 부진한 점 등도 지스타 참여 대신 신작 개발에 집중하기로 한 이유다. 넥슨 관계자는 "개발과 서비스 중인 자사 게임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기 위해 올해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넥슨은 올 상반기까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간판 게임들 영향에 사상 최대 매출을 냈지만 뚜렷한 신작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넥슨은 최근 개발중이던 5개 프로젝트마저 전격 중단하는 등 그야말로 '신작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3년째 자취를 감춘 엔씨소프트도 올해 마땅한 흥행작이 없는 상황에서 모바일 신작 '리니지 2M' 출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스타에 불참했다는 후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M'의 노후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년간 리니지 2M 개발에 매진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국내 게임사들의 '부진한 성적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마트폰 앱 마켓 분석 사이트인 게볼루션에 따르면 지난 1~3분기 국내 모바일 게임 순위 상위 5위 중 국산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5위) 1종에 불과했다.
1위는 중국 업체인 릴리즈게임즈의 '라이즈 오브 킹덤즈', 2위도 중국 4399네트워크의 '기적의 검'이 차지했다. 3위와 4위는 핀란드 수퍼셀의 '브롤스타즈'와 중국 엑스디글로벌의 '오늘도 우라라 원시헌팅 라이프'가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 같은 거대 게임사가 신작 없이 과거 게임으로만 버티고 있는 상황이 국내 게임 업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넥슨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14년 전 출시된 던전앤파이터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지스타에선 이들의 빈 자리를 게임사 대신 유튜브·아프리카TV 등 비(非) 게임 업체가 채우는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 유튜브는 올해 처음으로 지스타에 부스를 차렸다.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국내 게임 유튜버 12팀을 직접 선정해 육성하는 등 게임 방송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60부스 규모의 전시장을 올해 100부스로 늘렸다. 웬만한 주요 게임사 부스를 능가하는 규모다. 유명 유튜버·BJ들을 앞세운 라이브 게임 방송을 선보이면서 올해 지스타 현장에서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게임 방송 콘텐츠를 통해 게임의 노하우나 스토리를 알려주는 방법으로 게임 산업의 또 다른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 팬들이 직접 게임을 하는 대신 게임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10~20대 젊은 세대들이 직접 돈을 써가면서 게임을 하기보단 고사양 아이템을 거리낌 없이 구매해 엄청난 게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BJ들의 게임 방송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