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일본에 방위비 분담금을 4배로 늘린 80억달러(9조336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15일(현지시간) 전·현직 관료들을 인용해 "미국은 주일미군 유지 비용으로 현재에서 약 300% 인상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지난 7월 동북아 지역 방문 당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2021년 3월 종료된다. 현재 일본에는 미군 5만4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 일행은 당시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주한미군 2만8500명 유지 비용을 포함한 현재의 방위비 분담금의 5배 증액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시한이 일본보다 일찍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5년 단위로 열리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이 종료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50% 증액을 요구해 약 10억달러(1조1670억원)를 지출하도록 했다. 이후 연장 협상에서 한국이 일단 전년도 대비 8%를 증액키로 하고 해마다 재협상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먼저 진행되는 한미간 협상 추이를 살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일본에 요구한 증액 규모가 이보다 더 크다는 일본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교도통신은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요구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규모가 현행 5배로서 이대로 확정되면 연간 9800억엔(약 90억2000만달러) 이상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당시 방일한 볼턴 전 보좌관에게 "5배 증액은 비현실적 요구다. 이미 일본은 미국 동맹국 가운데 분담금 비중이 가장 크다"고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이 아시아 지역 동맹국에 미군 주둔 비용으로 거액을 요구할 경우 미국과 해당 국가들의 적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이나 북한 의도대로 움직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현직 관료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동맹국들의 가치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러시아, 중국과 같은 이른바 강대국에 초점을 맞추도록 정책을 전환하려는 미국의 전략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나토와 캐나다는 1000억달러(116조7000억원)를 증액할 예정이다.

방정훈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