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 시위 발생 후 처음으로 도로 청소작업에 투입됐다. 자발적으로 시민을 돕기 위해 나섰다고 밝혔지만 시위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전날 오후 4시20분(현지시간)께부터 40분간 카오룽퉁 지역의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막으려고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는 작업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약 60명의 중국군은 홍콩침례대 캠퍼스 인근 거리에 널려 있는 벽돌을 양동이에 담아 옮기고 철제 바리케이드를 분리하는 등의 작업을 했다.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지만 티셔츠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새겨져 있었다. 인민해방군은 웨이보에 “장병들이 시민과 협조해 주변 도로 교통을 회복했다”며 “시민의 박수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박수와 환영을 받는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중국군이 홍콩 공공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가을 태풍 망쿳 피해 복구에 400여 명을 지원한 데 이어 1년여 만이다. 올 6월 시위 발생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이번 인민해방군의 움직임은 최근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격렬해지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시위대를 ‘폭력 범죄 분자’로 규정하며 조속한 질서 회복을 강조한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홍콩 기본법과 주둔군법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지역 사안에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지역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공공질서 유지, 재난 구조작업을 돕기 위해 동원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청소작업은 홍콩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게 아니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중국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중국군 스스로 지역사회 활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홍콩 정부 뒤에 중국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시위대에도 상황이 잘못되면 중국이 더 적나라한 방식으로 군을 쓸 수 있다고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 경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침체에 빠졌다. 홍콩 통계청은 이날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확정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홍콩의 GDP는 지난 2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2분기 이상 연속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인 경기침체로 규정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