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 마셔라 '술 먹방'…초등생도 무차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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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에 5병 마시기' 등 콘텐츠
주류업체 협찬 받으며 촬영도
17일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 ‘팝콘TV’의 한 동영상에서 BJ(진행자)는 막걸리 750mL짜리 다섯 병을 잇달아 대야에 부으며 이렇게 말했다. 해당 BJ는 10분 안에 막걸리 다섯 병을 모두 마시면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아이템인 ‘팝콘’ 3만 개(현금 300만원 상당)를 후원받기로 시청자와 협의했다. 제한 시간 2분여를 남기고 막걸리를 모두 마시자 댓글 창에는 “대단하다”는 반응들이 달렸다.
![부어라 마셔라 '술 먹방'…초등생도 무차별 노출](https://img.hankyung.com/photo/201911/AA.20999643.1.jpg)
‘먹방(먹는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음주량을 과시하는 ‘술 먹방’까지 인기다. 일정 시간 내 정해진 양의 술을 마시거나 ‘소주 10병 마시기’ 등 조건을 걸고 BJ가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유도하는 식이다. ‘원샷 미션’을 시청자에게 받은 뒤 소주 10병을 쉬지 않고 마시며 ‘음주 실력’을 과시하는 유튜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술 먹방이 인기를 끌자 주류업체가 먹방 진행자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구독자 160만 명이 넘는 인기 먹방 유튜버가 “주류업체에서 협찬을 받았다”며 소주 상자 한 짝을 가져와 소주 한 병을 한 번에 들이마시는 동영상은 17일 기준 조회수 450여만 뷰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음주방송을 초등학생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신원 확인 등의 절차 없이 누구나 해당 동영상을 클릭 몇 번으로 시청할 수 있다. 현행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에는 음주를 이유로 인터넷 방송을 심의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다. 한 인터넷 방송업계 관계자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는 시청자가 많은데 어느 업체가 수익 감소를 무릅쓰고 음주방송을 막겠냐”며 “비교적 자율규제가 이뤄지는 노출과 달리 음주 관련 영상은 어느 연령부터, 어느 수위에서 시청을 제한할지 논의도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음주 후 출연자 폭력·성폭행까지
![부어라 마셔라 '술 먹방'…초등생도 무차별 노출](https://img.hankyung.com/photo/201911/AA.20999747.1.jpg)
이 같은 음주방송이 논란이 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달 중순부터 술 먹방 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보니 음주로 인해 폭력성 등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명시된 내용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만 해당 콘텐츠 삭제, 방송 진행자의 플랫폼 이용정지·해지 등의 시정 요구 조치를 한다.
방심위에 따르면 인터넷 방송 심의 건수는 지난해 481건에서 올 들어 10월까지 519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심의 후 시정 요구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업계의 자율규제에 기대야 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하루 평균 아프리카TV는 6만 시간, 팝콘TV는 1만5000여 시간 분량의 방송이 송출되는데 개인 인터넷 방송 심의를 전담하는 직원은 한 명뿐”이라며 “많은 송출 시간을 감당하기 위해선 인터넷 방송 전담팀 마련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말 아프리카TV, 다음달 초 팝콘TV와 협력 회의를 열어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