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 마셔라 '술 먹방'…초등생도 무차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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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제한 없는 음주방송 논란
'10분에 5병 마시기' 등 콘텐츠
주류업체 협찬 받으며 촬영도
'10분에 5병 마시기' 등 콘텐츠
주류업체 협찬 받으며 촬영도
“막걸리 다섯 병이요, 이거 10분 안에 마시기엔 양이 많은데요.”
17일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 ‘팝콘TV’의 한 동영상에서 BJ(진행자)는 막걸리 750mL짜리 다섯 병을 잇달아 대야에 부으며 이렇게 말했다. 해당 BJ는 10분 안에 막걸리 다섯 병을 모두 마시면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아이템인 ‘팝콘’ 3만 개(현금 300만원 상당)를 후원받기로 시청자와 협의했다. 제한 시간 2분여를 남기고 막걸리를 모두 마시자 댓글 창에는 “대단하다”는 반응들이 달렸다. ‘술 먹방’으로 시청자 후원 유도
‘먹방(먹는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음주량을 과시하는 ‘술 먹방’까지 인기다. 일정 시간 내 정해진 양의 술을 마시거나 ‘소주 10병 마시기’ 등 조건을 걸고 BJ가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유도하는 식이다. ‘원샷 미션’을 시청자에게 받은 뒤 소주 10병을 쉬지 않고 마시며 ‘음주 실력’을 과시하는 유튜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술 먹방이 인기를 끌자 주류업체가 먹방 진행자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구독자 160만 명이 넘는 인기 먹방 유튜버가 “주류업체에서 협찬을 받았다”며 소주 상자 한 짝을 가져와 소주 한 병을 한 번에 들이마시는 동영상은 17일 기준 조회수 450여만 뷰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음주방송을 초등학생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신원 확인 등의 절차 없이 누구나 해당 동영상을 클릭 몇 번으로 시청할 수 있다. 현행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에는 음주를 이유로 인터넷 방송을 심의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다. 한 인터넷 방송업계 관계자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는 시청자가 많은데 어느 업체가 수익 감소를 무릅쓰고 음주방송을 막겠냐”며 “비교적 자율규제가 이뤄지는 노출과 달리 음주 관련 영상은 어느 연령부터, 어느 수위에서 시청을 제한할지 논의도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음주 후 출연자 폭력·성폭행까지
음주방송은 폭력이나 성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15일 서울 금천경찰서는 팝콘TV BJ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9일 술 먹방을 찍자며 여성 출연자를 불러내 같이 방송한 뒤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다. 지난 9월엔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트위치’에서 출연자 두 명이 음주방송을 하다가 시비가 붙어 5분여간 폭행하는 모습이 그대로 시청자에게 노출됐다.
이 같은 음주방송이 논란이 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달 중순부터 술 먹방 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보니 음주로 인해 폭력성 등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명시된 내용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만 해당 콘텐츠 삭제, 방송 진행자의 플랫폼 이용정지·해지 등의 시정 요구 조치를 한다.
방심위에 따르면 인터넷 방송 심의 건수는 지난해 481건에서 올 들어 10월까지 519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심의 후 시정 요구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업계의 자율규제에 기대야 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하루 평균 아프리카TV는 6만 시간, 팝콘TV는 1만5000여 시간 분량의 방송이 송출되는데 개인 인터넷 방송 심의를 전담하는 직원은 한 명뿐”이라며 “많은 송출 시간을 감당하기 위해선 인터넷 방송 전담팀 마련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말 아프리카TV, 다음달 초 팝콘TV와 협력 회의를 열어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17일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 ‘팝콘TV’의 한 동영상에서 BJ(진행자)는 막걸리 750mL짜리 다섯 병을 잇달아 대야에 부으며 이렇게 말했다. 해당 BJ는 10분 안에 막걸리 다섯 병을 모두 마시면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아이템인 ‘팝콘’ 3만 개(현금 300만원 상당)를 후원받기로 시청자와 협의했다. 제한 시간 2분여를 남기고 막걸리를 모두 마시자 댓글 창에는 “대단하다”는 반응들이 달렸다. ‘술 먹방’으로 시청자 후원 유도
‘먹방(먹는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음주량을 과시하는 ‘술 먹방’까지 인기다. 일정 시간 내 정해진 양의 술을 마시거나 ‘소주 10병 마시기’ 등 조건을 걸고 BJ가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유도하는 식이다. ‘원샷 미션’을 시청자에게 받은 뒤 소주 10병을 쉬지 않고 마시며 ‘음주 실력’을 과시하는 유튜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술 먹방이 인기를 끌자 주류업체가 먹방 진행자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구독자 160만 명이 넘는 인기 먹방 유튜버가 “주류업체에서 협찬을 받았다”며 소주 상자 한 짝을 가져와 소주 한 병을 한 번에 들이마시는 동영상은 17일 기준 조회수 450여만 뷰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음주방송을 초등학생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신원 확인 등의 절차 없이 누구나 해당 동영상을 클릭 몇 번으로 시청할 수 있다. 현행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에는 음주를 이유로 인터넷 방송을 심의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다. 한 인터넷 방송업계 관계자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는 시청자가 많은데 어느 업체가 수익 감소를 무릅쓰고 음주방송을 막겠냐”며 “비교적 자율규제가 이뤄지는 노출과 달리 음주 관련 영상은 어느 연령부터, 어느 수위에서 시청을 제한할지 논의도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음주 후 출연자 폭력·성폭행까지
음주방송은 폭력이나 성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15일 서울 금천경찰서는 팝콘TV BJ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9일 술 먹방을 찍자며 여성 출연자를 불러내 같이 방송한 뒤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다. 지난 9월엔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트위치’에서 출연자 두 명이 음주방송을 하다가 시비가 붙어 5분여간 폭행하는 모습이 그대로 시청자에게 노출됐다.
이 같은 음주방송이 논란이 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달 중순부터 술 먹방 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보니 음주로 인해 폭력성 등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명시된 내용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만 해당 콘텐츠 삭제, 방송 진행자의 플랫폼 이용정지·해지 등의 시정 요구 조치를 한다.
방심위에 따르면 인터넷 방송 심의 건수는 지난해 481건에서 올 들어 10월까지 519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심의 후 시정 요구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업계의 자율규제에 기대야 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하루 평균 아프리카TV는 6만 시간, 팝콘TV는 1만5000여 시간 분량의 방송이 송출되는데 개인 인터넷 방송 심의를 전담하는 직원은 한 명뿐”이라며 “많은 송출 시간을 감당하기 위해선 인터넷 방송 전담팀 마련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말 아프리카TV, 다음달 초 팝콘TV와 협력 회의를 열어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