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어벤저스' 선언한 MS와 SAP…"한 회사처럼 서비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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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동 한국MS 사장·이성열 SAP코리아 대표 인터뷰
MS,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SAP는 기업용 SW 서비스
서로 보완하며 강점 극대화
MS,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SAP는 기업용 SW 서비스
서로 보완하며 강점 극대화
“사자와 독수리가 손을 잡았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SAP가 ‘프로젝트 임브레이스’란 이름의 동맹을 발표했을 때 클라우드업계가 내놓은 평가다. 클라우드 플랫폼에 강한 MS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SAP가 함께 움직이는 만큼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란 논리였다. ‘동맹’이 아니라 ‘결혼’
올해 성과만 따져도 MS와 SAP에 필적할 만한 곳이 드물다. MS는 지난달 미국 국방부와 100억달러(약 11조6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아마존웹서비스(AWS) 독주 체제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SAP도 만만찮다. 클라우드에 최적화한 새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S/4 HANA’를 앞세워 3분기에만 5억7200만유로(약 7400억원)어치의 클라우드 계약을 따냈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이 SAP의 새로운 ERP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런 가운데 MS와 SAP의 한국 법인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이 합동 인터뷰를 자청했다. 고순동 한국MS 사장과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는 지난 13일 “두 회사의 단단한 결속을 알리기 위해 함께 인터뷰에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고 사장은 “프로젝트 임브레이스는 동맹이 아니라 결혼”이란 말부터 꺼냈다. 그는 “MS와 SAP는 엔지니어링 파트너”라며 “두 회사의 상품을 함께 쓰는 고객사가 불편한 사항의 개선을 요청하면 영역을 나누지 않고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기업들이 손을 잡은 이유가 궁금했다. SAP도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이 있고, MS도 기업용 SW 제품군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파이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키워드는 속전속결”이라며 “두 회사가 서로 보완하며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한국도 클라우드 시대
한국은 클라우드 시장이 협소하다. 직원 250인 이상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33.6%. 2017년 통계치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국 중 19위다. 고 사장은 한국이 클라우드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는 배경을 ‘우리만의 것’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적 요인이 클라우드 대신 사내 서버, 범용 대신 맞춤형 SW를 고집하는 관성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면 프로그램을 개발해 기존 시스템에 가져다 붙인다”며 “잘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들이 한꺼번에 돌아가면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활용한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두 CEO는 한국 기업들이 점차 클라우드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비즈니스가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확고한 대세로 자리잡아서다. 글로벌 협업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 SW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레고를 조립하듯 클라우드 플랫폼과 연계한 SW를 자유롭게 골라 쓰는 시대가 왔다”며 “SW 개발 수요가 점점 줄고 궁극적으론 ‘개발’이란 말 자체도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 3법 통과돼도 갈 길 멀어
일각에선 MS와 SAP 같은 글로벌 공룡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 사장은 이에 대해 “영역이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플랫폼 제공자와 SW 공급자가 아무리 잘해도 모든 업종 실무자들의 입맛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클라우드를 잘 쓸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서비스 통합자’의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통합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츄어를 들었다. 고 사장은 “최근 액센츄어 CEO가 공식 석상에서 자사 성장의 35%가 MS 덕분이란 발언을 했다”며 “한국 업체들과도 얼마든지 상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한국의 MS’ ‘한국의 SAP’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란 의견을 내놨다. 이 대표는 “한국은 여러 요인 탓에 출발 자체가 너무 늦었다”며 “새 플랫폼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한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클라우드업체들이 상당한 피해를 봤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따르는 제약이 크다는 이유로 클라우드 전환 시기를 늦춘 기업이 상당했다.
고 사장은 “국회에서 예정대로 19일 데이터 3법을 처리한다고 해도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 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여전히 보이지 않는 규제가 많다”며 “분위기를 바꾸려면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SAP가 ‘프로젝트 임브레이스’란 이름의 동맹을 발표했을 때 클라우드업계가 내놓은 평가다. 클라우드 플랫폼에 강한 MS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SAP가 함께 움직이는 만큼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란 논리였다. ‘동맹’이 아니라 ‘결혼’
올해 성과만 따져도 MS와 SAP에 필적할 만한 곳이 드물다. MS는 지난달 미국 국방부와 100억달러(약 11조6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아마존웹서비스(AWS) 독주 체제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SAP도 만만찮다. 클라우드에 최적화한 새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S/4 HANA’를 앞세워 3분기에만 5억7200만유로(약 7400억원)어치의 클라우드 계약을 따냈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이 SAP의 새로운 ERP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런 가운데 MS와 SAP의 한국 법인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이 합동 인터뷰를 자청했다. 고순동 한국MS 사장과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는 지난 13일 “두 회사의 단단한 결속을 알리기 위해 함께 인터뷰에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고 사장은 “프로젝트 임브레이스는 동맹이 아니라 결혼”이란 말부터 꺼냈다. 그는 “MS와 SAP는 엔지니어링 파트너”라며 “두 회사의 상품을 함께 쓰는 고객사가 불편한 사항의 개선을 요청하면 영역을 나누지 않고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기업들이 손을 잡은 이유가 궁금했다. SAP도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이 있고, MS도 기업용 SW 제품군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파이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키워드는 속전속결”이라며 “두 회사가 서로 보완하며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한국도 클라우드 시대
한국은 클라우드 시장이 협소하다. 직원 250인 이상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33.6%. 2017년 통계치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국 중 19위다. 고 사장은 한국이 클라우드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는 배경을 ‘우리만의 것’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적 요인이 클라우드 대신 사내 서버, 범용 대신 맞춤형 SW를 고집하는 관성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면 프로그램을 개발해 기존 시스템에 가져다 붙인다”며 “잘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들이 한꺼번에 돌아가면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활용한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두 CEO는 한국 기업들이 점차 클라우드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비즈니스가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확고한 대세로 자리잡아서다. 글로벌 협업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 SW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레고를 조립하듯 클라우드 플랫폼과 연계한 SW를 자유롭게 골라 쓰는 시대가 왔다”며 “SW 개발 수요가 점점 줄고 궁극적으론 ‘개발’이란 말 자체도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 3법 통과돼도 갈 길 멀어
일각에선 MS와 SAP 같은 글로벌 공룡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 사장은 이에 대해 “영역이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플랫폼 제공자와 SW 공급자가 아무리 잘해도 모든 업종 실무자들의 입맛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클라우드를 잘 쓸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서비스 통합자’의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통합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츄어를 들었다. 고 사장은 “최근 액센츄어 CEO가 공식 석상에서 자사 성장의 35%가 MS 덕분이란 발언을 했다”며 “한국 업체들과도 얼마든지 상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한국의 MS’ ‘한국의 SAP’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란 의견을 내놨다. 이 대표는 “한국은 여러 요인 탓에 출발 자체가 너무 늦었다”며 “새 플랫폼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한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클라우드업체들이 상당한 피해를 봤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따르는 제약이 크다는 이유로 클라우드 전환 시기를 늦춘 기업이 상당했다.
고 사장은 “국회에서 예정대로 19일 데이터 3법을 처리한다고 해도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 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여전히 보이지 않는 규제가 많다”며 “분위기를 바꾸려면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