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 52시간제, 틀을 새로 짜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내년부터 中企 주 52시간제 적용
탄력·선택근로제 입법 보완 넘어
'일할 권리' 보장하는 제도 마련을"
박영범 <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
탄력·선택근로제 입법 보완 넘어
'일할 권리' 보장하는 제도 마련을"
박영범 <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
탄력근로제 확대 외 다른 대안은 불가하다던 여당의 입장이 유연해지면서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이 속도를 내게 됐다. 여당은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특별연장근로제 등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는 선에서 연내에 입법을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반성대로 “심도 있는 논의 없이” 덜컥 도입한 주 52시간제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현장에 적용할 고용노동부의 지침도 제도 시행 며칠 전에야 확정됐다. 2018년 7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었으나 정부, 산업현장 모두 준비가 돼 있지 않아 계도기간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수천억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해 한시적 해결책을 찾은 작년의 ‘버스 대란’은 준비와 고민 없는 주 52시간제 도입의 민낯을 보여줬다.
대기업부터 시작한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일부 근로자는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질 수 있게 됐으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소득이 줄어든 탓에 아이들 학원비를 벌기 위해 대리기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직장인도 있었다. 작년에 연 노동시간이 2000시간 미만으로 떨어졌으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 회식이 사라지면서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로 고통 받던 식당, 자영업자들의 삶은 더 고달파졌다. 주 52시간제가 법적으로 강제되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제조업 불황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인원은 감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를 시행 중인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집중근무가 많은 건설, 호텔업종에서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산업계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도입 시점부터 요구해온 이유다. 생산라인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고장이나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것도 획일적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고충이다.
시간대가 다른 전 세계 협력사와 일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연구개발(R&D) 업무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제품의 개발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1주일에 52시간 일해서는 경쟁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몇 해 전 방문한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HR업체인 링크트인(Linkedin)은 조리사가 항상 대기하는 고급 카페테리아 수준의 구내식당이 24시간 열려 있었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한 회사의 배려 덕분이다.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의하면 300인 미만 사업장의 60% 정도가 준비할 여건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거나 연말까지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도 문제지만,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필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굴뚝산업’ 시대에나 어울리는, 직무·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주 52시간제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권고대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못한 노사정위원회 안이 국회로 넘어 온 이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 주 52시간제가 도입됐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주 52시간제가 이대로 시행되면 2년간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려 발생했던 ‘고용 참사’ 이상의 ‘경제 참사’가 우려된다. 여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과 연계해 협상하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시행을 일정기간 유보하거나 계도기간을 두면서 유연근로제 확대에 집중하는 주 52시간제 보완 대책을 넘어 근로시간제도의 틀을 아예 새로 짜야 한다. “내일 망할지 모르는데 주 52시간제를 벤처가 어떻게 지키나. 나를 위해 일할 권리조차 국가가 막고 있다”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의 절박한 문제의식을 근로시간제도의 틀을 새로 짜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반성대로 “심도 있는 논의 없이” 덜컥 도입한 주 52시간제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현장에 적용할 고용노동부의 지침도 제도 시행 며칠 전에야 확정됐다. 2018년 7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었으나 정부, 산업현장 모두 준비가 돼 있지 않아 계도기간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수천억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해 한시적 해결책을 찾은 작년의 ‘버스 대란’은 준비와 고민 없는 주 52시간제 도입의 민낯을 보여줬다.
대기업부터 시작한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일부 근로자는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질 수 있게 됐으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소득이 줄어든 탓에 아이들 학원비를 벌기 위해 대리기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직장인도 있었다. 작년에 연 노동시간이 2000시간 미만으로 떨어졌으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 회식이 사라지면서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로 고통 받던 식당, 자영업자들의 삶은 더 고달파졌다. 주 52시간제가 법적으로 강제되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제조업 불황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인원은 감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를 시행 중인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집중근무가 많은 건설, 호텔업종에서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산업계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도입 시점부터 요구해온 이유다. 생산라인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고장이나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것도 획일적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고충이다.
시간대가 다른 전 세계 협력사와 일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연구개발(R&D) 업무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제품의 개발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1주일에 52시간 일해서는 경쟁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몇 해 전 방문한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HR업체인 링크트인(Linkedin)은 조리사가 항상 대기하는 고급 카페테리아 수준의 구내식당이 24시간 열려 있었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한 회사의 배려 덕분이다.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의하면 300인 미만 사업장의 60% 정도가 준비할 여건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거나 연말까지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도 문제지만,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필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굴뚝산업’ 시대에나 어울리는, 직무·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주 52시간제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권고대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못한 노사정위원회 안이 국회로 넘어 온 이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 주 52시간제가 도입됐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주 52시간제가 이대로 시행되면 2년간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려 발생했던 ‘고용 참사’ 이상의 ‘경제 참사’가 우려된다. 여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과 연계해 협상하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시행을 일정기간 유보하거나 계도기간을 두면서 유연근로제 확대에 집중하는 주 52시간제 보완 대책을 넘어 근로시간제도의 틀을 아예 새로 짜야 한다. “내일 망할지 모르는데 주 52시간제를 벤처가 어떻게 지키나. 나를 위해 일할 권리조차 국가가 막고 있다”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의 절박한 문제의식을 근로시간제도의 틀을 새로 짜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