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파기’를 선언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연장 시한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핵심 안보동맹국인 미국이 다각도로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종용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기는 어렵다”며 지소미아 폐기방침을 고수했다.

‘지소미아’ 연장은 단기 관점의 형식적 논리로 따질 문제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문제의 선후를 과거로만 따지고 들어가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한 데는 징용공 배상문제가 걸려 있다. 한국의 배상요구에는 일제강점기 때 압제에 대한 분노가 깔려있다. 어느 쪽이 얽힌 매듭의 첫 실타래를 선제적으로 풀어내느냐와 별개로, 대한민국 안보가 걸린 지소미아가 대일(對日) 응징 조치로 논란 대상에 오른 것은 괴상한 상황전개가 아닐 수 없다.

북한과 중국 등의 군사도발에 대비해 한국과 일본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지소미아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 긴요한 장치다. 일본이 못마땅하다고 그걸 끊어내겠다는 것은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의 안보를 받쳐주고 있는 미국이 “지소미아는 한·미·일 공동안보를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갈수록 분명하게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런 공개적 문제제기에까지 귀 막아가며 지소미아 파기를 ‘결단’하겠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 관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파기되면 한·미 동맹에도 균열을 가져와 우리 안보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가의 안위는 정권 차원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하다. 국익에 입각해 냉철한 접근으로 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우선 판단 기준은 ‘국가 안보에 무엇이 최선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