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네치아가 침수되며 홍수 예방 시스템인 '모세 프로젝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네치아 주변 조수 수위는 17일(현지시간) 최고 150㎝에 달했다. 이는 시내 50~60%가 침수되는 수위로, 당국은 산마르코 광장 등 주요 관광지를 폐쇄했다. 베네치아가 자랑하는 문화유산인 9세기 비잔틴 양식의 대표 건축물 산마르코 대성당도 잠겼는데, 이 대성당이 지하까지 침수된 것은 역사상 두 번째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 베네치아는 조수 수위가 120㎝를 넘으면 도시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현재 이탈리아 당국은 베네치아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수해 피해가 10억유로(약 1조 2872억원)에 달할 것으로 잠정 추산했다.

당국은 이번 홍수 사태를 계기로 현지에서 30년째 추진 중인 홍수 예방 시스템인 '모세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베네치아는 1966년 194㎝까지 수위가 올라가 도시 전역이 물바다가 된 바 있다. 이후 이탈리아는 내로라하는 유명 엔지니어들을 불러모아 1984년 '모세(MOSE)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MOSE는 '실험적 전자기계 모듈'(Modulo Sperimentale Elettromeccanico)로 번역되는 이탈리아어 약자로, 상습 침수 지역에 조수 유입을 차단하는 인공 장벽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엔지니어들은 뭍과 인접한 바닷속에 78개의 수문을 갖춘 이동식 장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평시에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가 조수 수위가 110㎝를 넘어설 징후가 보이면 수면 위로 올라와 조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는 오랜 설계 끝에 2003년 착공했지만 환경보호론자들과 일부 정치인들의 반대 및 당국의 예산 부족 문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2014년에는 일부 정치인들이 공사 입찰 과정에서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는 등의 부패 스캔들이 드러나며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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