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합병 가능성 열어놔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HP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제록스의 인수안을 거부하기로 만장일치로 정했다. HP 이사회는 존 비센틴 제록스 최고경영자(CEO)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제록스의 인수 제안은 주주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지 못한다”며 “HP의 기업 가치를 크게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알렸다. HP는 “합병사인 제록스의 부채가 많아 우려를 표하는 주주들이 많다”며 “제록스의 사업에 대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앞서 제록스는 지난 5일 HP에 주당 22달러, 총 330억달러의 인수가를 공식 제안했다. 주당 현금 17달러와 합병 주식 0.137주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HP와 제록스는 프린터 업계 경쟁사다. HP는 소형 프린터와 인쇄 용품을, 제록스는 대형 프린터와 복사기에 강점이 있다. 두 회사는 이메일, 전자결제 등의 확산으로 인쇄된 서류와 잉크의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비용 절감을 고심해왔다. HP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PC 제조업체이기도 하다. HP 시총은 290억달러로, 제록스(90억달러)의 3배가 넘는 규모여서 인수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HP는 거절 의사를 전하면서도 향후 인수 조건이 달라지면 합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HP는 서한을 통해 “우리는 통합의 잠재적 이익을 인정한다”며 “우리는 제록스와의 잠재적 합병을 통해 HP 주주들에게 창출될 가치가 있는지 더 검토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팩스셋에 따르면 제록스 주식 10.6%를 보유하고 있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최근 HP 주식 12억달러어치(지분 4.24% 규모)를 매입했다. HP의 5대 주주다. 아이칸은 이번 합병이 두 회사의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며 합병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HP 주가는 지난 15일 10% 오른 주당 20.18달러에 마감했다. 같은날 제록스는 7% 상승한 78.94달러에 장을 마쳤다. HP는 오는 26일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