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 둘러싸인 마을…10년 넘게 쇳가루 공포
주민 암·피부병 호소…"이번엔 해결책 나오길"
[르포] 쇳가루 천지 인천 사월마을…건강영향조사 내일 발표
"10년 넘게 집 바로 옆 공장에서 날아오는 쇳가루와 먼지 때문에 살 수가 없어요.

이번에는 부디 해결책이 나오길 바랍니다.

"
18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 마을 중간에 위치한 언덕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폐기물업체·공장·도로 등에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올해 6월 기준 122명이 사는 마을에는 마을 주민 수보다 많은 폐기물 처리업체, 주물업체, 철공소 목재 가공업체 등 165개 사업장이 밀집해 있었다.

이들 사업장 중에는 가정집과 거리가 10m 미만인 곳도 있다.

마을 바로 옆으로는 서구 백석동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로 연결되는 도로가 있어 온종일 폐기물을 수송하는 트럭이 마을 주변을 오갔다.

마을 옆 도로를 따라 1∼2분 정도 이동하자 폐기물 중간처리 업체 등이 쌓아놓은 산더미 같은 폐기물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르포] 쇳가루 천지 인천 사월마을…건강영향조사 내일 발표
주민들은 바람이 불면 이곳에서 쇳가루와 먼지 등이 가정집으로 날아온다고 주장했다.

이날 마을회관에서 만난 가인숙(73·여) 씨는 "창문을 열어두면 안방까지도 검은 쇳가루가 날아 들어와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를 못한다"며 "창문도 열지 못하고 산 지 10년이 넘었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의 민원제기로 몇 년 전부터 공장 주변에 펜스와 가림막이 설치됐지만, 쇳가루가 집 안에 날아드는 피해는 여전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날 마을에 쌓여 있는 흙을 퍼다가 하얀색 종이 위에 올린 뒤 자석을 대보니 쇳가루가 딸려 나왔다.

마을 주민이 3년 전에 마을 주변에서 퍼다가 보관하고 있던 흙과 이날 수집한 흙에서 나온 쇳가루 양은 큰 차이가 없었다.

[르포] 쇳가루 천지 인천 사월마을…건강영향조사 내일 발표
박봉희(64·남)씨는 "어제 비가 와서 씻겨 내려갔는데도 쇳가루가 나오고 있다"며 "다른 시골 마을과 다르게 우리 마을 주민들은 절대로 집 밖에다가 빨래를 말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공장 등에서 날아온 먼지와 쇳가루로 인해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중 20여명에게 집단으로 암이 발병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또 전체 마을 주민 중 60% 정도가 호흡기 질환과 피부병 등을 앓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찾아간 사월마을 토박이 권순복(74·여)씨의 집의 선반에는 약봉지와 약통이 가득했다.

권씨는 6년 전인 2013년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뒤에도 지금까지 매일 암 치료를 위해 약을 먹고 있다.

3년 전인 2016년부터는 피부병이 발생해 치료를 받았다.

권씨의 팔에는 희끗희끗한 피부병 치료 흔적이 남아 있었다.

권씨는 "공장 소음과 악취 때문에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우울증까지 걸렸다"며 "하루라도 빨리 해결방안이 나와 제대로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르포] 쇳가루 천지 인천 사월마을…건강영향조사 내일 발표
환경부는 19일 오후 사월마을에 있는 한 교회에서 사월마을 주민들에 대한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환경부는 외부기관에 위탁해 2017년 12월부터 1·2차에 걸쳐 사월마을 주민 등을 대상으로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최근 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유해물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환경부의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라 이번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환경부는 그러나 사월마을에서 발생한 암 등 질병과 마을 주변 환경 간 역학적 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월마을의 소음이나 미세먼지 농도 등이 인천 다른 지역보다 높고, 정신 심리 상태가 좋지 않은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보고 마을이 거주지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선자(63·여) 사월마을 환경비상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은 1992년 수도권매립지가 생긴 뒤부터 쇳가루와 먼지 등으로 큰 피해를 보아왔다"며 "주민 이주 방안을 마련하거나 업체가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