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등법원이 18일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홍콩 경찰이 시위대의 ‘최후의 보루’인 폴리텍대에 진입하면서 지난 6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집회로 촉발된 홍콩 사태 최악의 충돌이 발생했다. 고등법원의 복면금지법 위헌 결정이 홍콩 시민의 시위 참여를 증폭시킬지 주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홍콩 고등법원은 야당 의원 25명이 “복면금지법이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홍콩 사법제도는 한국처럼 3심제이며, 고등법원은 2심에 해당한다.

홍콩 정부가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에 근거해 지난달 5일 도입한 복면금지법은 공공 집회에서 마스크나 가면 착용을 금지토록 했다. 또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에게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최고 1년의 징역 또는 2만5000홍콩달러(약 37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고등법원은 “복면금지법의 근거인 긴급법은 홍콩 행정장관에게 ‘국민의 위험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규제권을 준다는 점에서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에게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기본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1922년 제정된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의회 승인 없이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법규다. 홍콩에서 긴급법이 적용된 것은 1967년 7월 반영(反英) 폭동 때 한 번뿐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긴급법에 근거해 복면금지법을 전격 발동했지만, 이번 위헌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홍콩 법원은 ‘일국 양제’ 체제 아래 중국 본토 정부로부터 독립한 재판권을 갖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시위대 주력이 집결한 폴리텍대에 강제 진입해 수백 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고무총과 최루탄, 물대포 등을 동원했고 시위대는 화염병과 벽돌, 활 등으로 대항했다. 홍콩 시내 곳곳에선 “폴리텍으로 가자”, “학생들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내건 크고 작은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