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일부 공간만 관람을 허용한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상설전시실 제2∼4실 단장을 마치고 이날 개방했다.
태안전시관은 2007년 이후 태안 앞바다에서 나온 고려시대 선박과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건립됐다.
2012년 설계를 시작해 지난해 문을 열었으며, 서해 중부 해역에서 찾은 난파선 8척과 수중문화재 3만여 점을 보관한다.
전시관이 들어선 태안은 예부터 해난 사고가 자주 발생해 '난행량'(難行梁)이라고 불렸다.
고려를 찾은 송나라 문인 서긍(徐兢)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태안 안흥정에 대해 "앞으로 바위 하나가 바다로 잠겨 있어 격렬한 파도가 회오리치고, 여울이 세차게 들이치니 매우 기괴한 모습을 뭐라 표현할 수 없다"고 적었다.
실제로 고려시대 청자 운반선인 태안선과 고려 곡물운반선 마도 1∼3호선, 조선시대 조운선(漕運船)으로 드러난 마도 4호선이 오랫동안 태안 갯벌 아래 잠들었다가 2000년대 중반 이후 잇따라 발굴됐다.

진 연구관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언덕 위에서 "태안 안흥량은 진도 울돌목, 강화 손돌목, 장산 인당수와 함께 물길이 험한 4대 험조처로 꼽혔다"며 "파도, 바위, 바람, 안개가 합쳐지면 항해가 무척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문을 연 태안전시관 상설전시실 한가운데에는 연구소가 발굴을 통해 부재 47편을 찾은 마도 1호선 재현선이 있다.
부재는 전시관 인근 보존센터에서 소금을 빼는 탈염 처리를 거쳐 강화처리 중이다.
목재 탈염에는 약 3년이 소요되며, 강화처리는 2021년 완료 예정이다.
전시 주인공이라 할 만한 마도 1호선은 규모가 상당하다.
길이 10.8m·너비 3.7m·깊이 2.9m이며, 곡물 1천석 적재가 가능했다.
무거운 곡물을 한꺼번에 많이 싣도록 깊고 바닥이 넓으며 몸체가 두꺼운 점이 특징이다.
목간을 통해 1208년 봄에 전남 해남·나주·장흥에서 화물을 싣고 개성으로 향하다 가라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설전시실은 2층으로 나뉘는데, 마도 1호선 재현선 너머 2층에서는 파도가 심한 바다를 표현한 거대한 영상을 상영하고 1층 바닥에는 물결이 이는 듯한 영상을 투영했다.
배 옆에는 가마니와 청자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선적 양상이 이해된다.
오연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2층은 수면 위, 1층은 해저라고 생각하며 전시를 꾸몄다"며 "마도 1호선 선원들은 주로 갑판 위에서 생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층에서 선보이는 1∼2주제는 한국 수중발굴 역사와 해양교류이고, 1층에서 만나는 마지막 주제는 선원들의 생활이다.
한국 수중발굴 역사는 지도와 연표 등으로 상세하게 설명했다.
태안을 비롯해 보령 원산도, 안산 대부도, 인천 영흥도의 지리적 특성을 요약해 유물과 함께 소개했다.
'해양교류' 전시 공간은 마도 1호선 재현선과 함께 꼭 둘러봐야 할 곳이다.
태안에서 침몰한 배에 실린 각종 화물과 목간, 죽찰을 진열해 놓았다.
보물로 지정된 '청자 퇴화문두꺼비모양 벼루'와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 및 죽찰', 청자 모란·연꽃무늬 표주박 모양 주전자와 받침그릇, 해학이 돋보이는 청자 사자모양 향로 등도 공개했다.
오 연구사는 "해양문화재를 대표하는 유물은 도자기이지만, 난파선에 가장 많이 있었던 물품은 곡물"이라며 "도기 항아리 안에서는 작은 물고기 뼈와 농게로 추정되는 갑각류가 존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선원들이 사용한 물품으로는 취사도구와 식기류, 돌로 만든 장기알 등이 전시장에 나왔다.
태안전시관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관람객 5만명을 돌파하면서 충남 서해안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했다"며 "수중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