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DLF, 운용 아닌 판매를 규제했어야
지난주 금융위원회에서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불거진 제도 개선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규제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공모 규제 회피를 목적으로 한 사모펀드 출시, 즉 규제 아비트리지(regulation arbitrage)를 방지하고 둘째, 은행 및 보험사의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하며 셋째,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마지막으로 금융회사들의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전체적인 개선 방안의 내용은 현재의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해 현안이 된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일정 부분 효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에 관해 몇 가지 떠오르는 단상을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사모펀드의 일반투자자 요건을 강화해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부분이다. 2015년 금융위는 당시 사모펀드 최소 가입 요건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최소 금액의 하향 조정은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그 정책을 이번 DLF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표면적 이유였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금융위는 산하에 금융개혁회의를 설치해 금융감독 쇄신 방안부터 그림자 규제를 발본색원하는 등 대대적인 금융개혁 방안을 내놓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사모펀드 수익률이 공모펀드를 앞서자 ‘왜 이렇게 좋은 투자 기회를 부자들에게만 열어주느냐’는 비판이 속출하면서 일부 국회의원이 금융위를 압박했고, 결국 최소 가입금액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당시 많은 금융개혁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되자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개선안에서 1억원을 3억원으로 다시 상향 조정하자 일부 언론에서 금융위가 정책 실패를 자인한 꼴이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적으로 비판받는 정부의 모든 정책이 과연 오롯이 정부의 몫일까?

사모펀드는 태생부터 공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회피하고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고자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 편입부터 레버리지까지 공모펀드와 달리 이런 규제에서 자유롭다. 대신 이런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로 투자자군을 엄격히 제한한다. 즉, 운용 규제는 풀어주되 판매 규제는 엄격해야 한다. 그렇기에 미국에서 헤지펀드가 도입될 때부터 증권법이나 투자회사법에서 예외조항으로 설립 및 운용 규제를 풀어준 반면 최소 가입금액을 100만달러로 책정하고 광고를 금지한 것이다. 이번 라임자산운용이나 DLF 사태도 결국 운용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판매를 규제했어야 한다. 따라서 이 기회에 최소 가입금액을 원래대로 5억원이나 그 이상으로 높이되 운용 규제는 풀어주는 것이 사모펀드의 성격상 더 합목적적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둘째,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의 취약점 중 하나인 운용사와 판매사 간 비대칭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금융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운용 수수료에 비해 판매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다. 즉, 제조 원가보다 유통 수수료가 훨씬 높은 구조다. 농산물시장과 비슷한 구조다. 이런 현상은 운용시장은 완전경쟁에 가까운 반면 판매시장은 과점시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수많은 운용사가 경쟁적으로 만든 펀드는 소수의 은행과 대형 증권사가 장악하고 있는 판매 채널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운용 수수료에 비해 판매 수수료가 높고, 판매사의 구미에 맞는 상품이 출시될 수밖에 없다. 이번 개선 방안 중 ‘OEM 펀드’에 대한 제재 근거가 신설됐지만 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운용사와 판매사는 완전한 절연 관계가 불가능하고 그 경계선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근본적 처방은 판매사의 과점구조를 완화하는 데 있다.

국민연금이나 우정사업본부, 연기금 풀을 비롯한 공적 운용기관이 위탁 운용사에 지급하는 운용 수수료도 현실화해야 한다. 감사 기준 때문에 연기금이 터무니없이 낮은 운용 수수료를 책정하다 보니 이런 수수료가 업계의 벤치마크가 돼 그렇지 않아도 ‘을’인 자산운용사가 ‘갑’인 판매사에 정당한 운용 수수료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좋은 상품보다는 판매사가 잘 팔 수 있는 상품만 설계돼 소비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