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상생번영할 동반자 아세안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의 정부통합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이달 초 전해졌다. 당초 프랑스 정부 단독으로 추진해 오다가 우리나라도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다. 자카르타에 있는 한·인도네시아 전자정부협력센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 전자정부시장은 우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수차례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던 불모지와 같은 곳이다. 인도네시아 전자정부의 주역들과 4년 동안 같은 사무실을 공유하고 지식과 노하우를 나누며 쌓은 두터운 신뢰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협력관계를 이어온 지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양측의 교역규모는 82억달러에서 2018년 기준 1591억달러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인적 교류는 10만 명에서 약 1100만 명으로 100배 넘게 증가했다. 아세안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하고 두 번의 북·미 회담 개최 장소를 제공하는 등 한반도 평화 정착에도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1주일 후면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부산에 모인다. 한국과 아세안의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자리다. 정부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미·중·일·러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높이는 이른바 신(新)남방정책을 추진 중이다. 경제교역 중심에서 문화예술, 기술, 인적 교류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부대 행사로 공공행정 혁신에 관한 전시회와 행정장관회의를 연다. 개인적으로 국회 상임위, 국제의원연맹 활동을 하며 아세안 대부분을 방문했다. 말레이시아 행정수도 이전, 싱가포르 식물원 조성 등 각자의 방법으로 경쟁력을 높여 가는 모습에서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장관회의는 서로의 공공행정 혁신 사례를 공유하고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아세안 각국 국민의 관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국민영웅’으로 활약하고 있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동남아에서 평균 4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서울 다음으로 방탄소년단(BTS) 팬이 많은 곳도 호찌민, 방콕, 자카르타 등 아세안 도시들이다. 민간의 긍정적 분위기에 더해 정부 간 실질적인 교류·협력 강화를 이어간다면 상생번영의 파트너십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