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T모바일의 존 레저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내년 4월 물러난다. 숙원 사업인 미국 4위 통신사 스프린트와의 합병을 결정하는 중대 소송을 앞둔 와중에 갑작스럽게 CEO를 교체하는 것이다.

T모바일은 내년 4월 30일자로 레저 CEO가 사퇴한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레저 CEO는 T모바일 이사회 이사로 남고 CEO직은 마이크 시버트 T모바일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맡는다. 레저 CEO는 마케팅과 비즈니스 전략 분야의 전문가다. 미국 통신업계가 버라이즌과 AT&T로 양분된 가운데 3위 업체인 T모바일이 무선 통신업계의 혁신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레저 CEO의 사임 소식은 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 소송을 3주도 남기지 않고 전해졌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인 T모바일은 여러 차례 스프린트와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번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을 공식 승인하면서 합병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10개주(州) 검찰총장이 합병을 반대하면서 마지막 걸림돌이 남겨졌다. 검찰은 두 기업이 합병하면 통신시장의 경쟁을 저하하고 결국 소비자 비용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워싱턴D.C.와 콜로라도, 코네티컷, 메릴랜드, 미시간, 미시시피, 버지니아, 위스콘신주가 소송에 함께했다. 이 소송이 다음 달 9일 시작된다.

인사 배경 관련, T모바일은 “권력 승계 계획은 오래전부터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레저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후계 계획이 없는 회사는 실패한다”며 “이제는 마이크(시버트 COO)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임기 동안 스프린트와의 합병을 완료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T모바일은 소송과 별개로 스프린트와의 인수가격 협상도 이어가고 있다. 스프린트의 주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인만큼 T모바일은 인수가를 낮추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레저 CEO가 위기에 빠진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경영진으로 합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위워크의 최대주주 역시 소프트뱅크다. 위워크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애매한 시기에 CEO직을 내놨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레저 CEO는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T모바일은 “시버트 COO는 이미 T모바일의 이사회 멤버인 데다 지난 7년간 레저 CEO와 함께 일했다”며 “내년 레저 CEO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어떤 쇼크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