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전날 오전 회의에서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오후 5시께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물리적으로 문 대통령의 시간이 부족해 어렵겠다는 답이 왔다”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날 오전부터 영수회담 관련 논의를 청와대 관계자와 진행했으며,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날 오후 3시께 ‘공식 제안이 없었다’고 브리핑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도 밝혔다. 김 의원은 “아침 회의에서 황 대표가 영수회담을 공식 제안했고, 오전 11시께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내가) 회의 중이라 전화를 못 받자 청와대 쪽에서 문자를 보내 ‘(황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하셨는데, 저희 쪽에서 준비할 것은 무엇이냐’는 연락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후 12시께 청와대 관계자와 직접 통화해 영수회담 논의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 측에서 ‘대통령이 바쁘신데 이번주 중 특정날짜엔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보고하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청와대와) 직접적인 논의를 했는데 오후 3시에 고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제안받지 못했다고 말해서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날 고 대변인은 황 대표가 회의에서 영수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영수회담 제안이 공문을 통해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충분히 뜻을 전달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후 오후 5시께 청와대 측에서 다시 전화가 와 ‘대통령이 시간을 내기 힘들어 어려울 것 같다’는 사실상 거부 답변을 받았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재차 영수회담을 요청했고,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말씀은 드려보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그간 수차례 문 대통령과의 ‘1 대 1 단독회담’을 요청해왔다. 황 대표로선 1 대 1 회담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다. 김영삼 정부 때는 김대중 당시 민주당 총재가, 김대중 정부 때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회담 상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1 대 1 회담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1 대 1 회담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해왔다. 과거 영수회담이 큰 역할을 했던 시절은 대통령이 당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고 야당 대표도 당에 권한이 강해 둘이 만나 담판을 지을 수 있는 양당체제였지만 다당체제인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문 대통령이 야당을 협치 파트너로 보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영혼 없는, 지지층과의 덕담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진짜 국민이 묻는 것을 대신 묻는 것은 야당이다. 야당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해달라”고 촉구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