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민주주의포럼…켄크만 교수, 한국판 '빌라 텐 홈펠' 제안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조성되는 민주인권 기념관을 경찰 교육 장소로도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알폰소 켄크만 독일 라이프치히대 교수는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 서울민주주의 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마련되는 '민주인권기념관'을 "현직 경찰에게 과거 경찰의 잘못을 보여주고 교육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평가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경찰청 전신인 치안본부가 1976년 10월 설치한 곳으로 대공 조사를 명분으로 30여년간 숱한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하는 장소로 사용됐다.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도 이곳에서 일어났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2005년 경찰청 인권센터로 바뀌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10 민주항쟁 기념사를 통해 이곳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관리·운영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 이관됐다.

케크만 교수는 민주인권 기념관이 참고할 모범사례로 독일의 '빌라 텐 홈펠(Villa ten Hompel)'을 제시했다.

빌라 텐 홈펠은 1940∼1944년까지 독일의 경찰사령행정부로 사용된 건물이다.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은 20만명의 경찰력을 유대인과 집시 학살 임무에 투입했으며, 역사학자들은 이 경찰들을 '최종해결부대'라고 부르기도 했다.

2차대전 후 독일은 빌라 텐 홈펠을 국가 폭력을 기억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 기념관의 가장 많은 방문자는 역시 청년 세대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역사 교육을 받는다.

학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방문 집단은 경찰이다.

매년 1천명 이상의 경찰이 빌라 텐 홈펠을 방문하며 매년 60차례 세미나를 연다.

경찰들은 '왜 평범한 경찰관이 살인자 또는 대량살상범이 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통해 경찰의 임무 수행과 경찰 업무에 대해 논의한다.

또 '나는 명령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일이 경찰 내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어느 정도까지 명령을 따라야 할 것인가' 등의 주제로 토론한다.

케크만 교수는 "민주인권 기념관은 빌라 텐 홈펠처럼 경찰이 국가폭력의 도구로 사용된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라며 "대학이나 민간단체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연구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나 일반 시민은 물론 경찰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찰을 통한 국가폭력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며 "민주인권 기념관이 경찰들에게 '같은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할지' 역사적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