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신라교역이 3분기 임원 보수로 전 분기보다 29배 늘어난 260억여원을 지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라교역의 3분기 매출은 859억원이다. 회사 측은 “52년간 재직한 최고경영자(CEO)의 퇴직금 중도 인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라교역은 지난 14일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 임원 7명에 3분기 보수로 260억5347만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직전 분기였던 지난 2분기 이 회사가 임원진에 지급한 보수 총액은 8억8610만원이었다. 임원 보수가 1분기 만에 29배나 불어났다.

197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신라교역은 참치 원양어업과 수산물 유통업 등을 하는 회사다. 횟감용 참치를 잡는 참치연승선 11척과 통조림용 참치를 잡는 참치선망선 6척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553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올렸다. 지난 6월에는 한일시멘트그룹으로부터 청과 유통업체 동화청과 지분 99.8%를 711억원에 인수했다. 올 3분기에는 참치선망 어업 규제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 26억원을 냈다.

3분기 임원 보수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신라교역은 3분기 중 사내이사가 중도 인출한 퇴직소득 246억8617만원이 포함됐다며 이 퇴직소득은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은 퇴직금 지급 규정에 따라 산정된 금액이라고 밝혔다. 퇴직금 246억여원을 중도 인출한 사내이사는 박준형 신라교역 회장(83)으로 확인됐다.

박 회장은 1967년 신라교역을 설립한 뒤 52년째 CEO로 재직 중이다. 그는 신라교역 최대주주인 신라홀딩스(지분율 40.18%)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돼 있던 퇴직금 전액을 중도 인출했다”며 “이 퇴직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퇴직금은 역대 세 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4월 타계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올 상반기 대한항공 등 5개 회사에서 퇴직금 647억원을 수령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해 410억원,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201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