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8일 내년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는 주 52시간제 보완대책으로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주 52시간제 시행 과정에서 계도기간을 두는 것은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 올해 7월 특례제외업종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주 52시간제는 지난해 2월 입법 후 고작 4개월 만에 전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후폭풍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강행했고, 결국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될 때마다 매번 계도기간을 설정하면서 정부는 체면을 구겼고 시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은 2004년부터 시행된 주 5일 근무제와 흔히 비교된다. 주 5일제는 2004년 7월 10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11년 20인 미만 사업장까지 7년에 걸쳐 안착됐다. 입법 후 시행까지는 1년의 준비기간을 뒀다. 반면 주 52시간제는 지난해 2월 28일 법이 통과된 후 4개월 만인 7월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전면 시행(5인 이상 사업장) 시점은 2021년 7월이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무려 16시간을 줄이는 법을 불과 3년 만에 끝내겠다고 한 것이다.

이 장관은 ‘제도 도입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 (입법) 당시에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면서도 “예정된 시기에 바로 시행하기는 어려워서 계도기간을 부여한 것”이라고 사실상 ‘준비되지 않은 정책’임을 인정했다. 이 장관의 말대로라면 주 52시간제는 입법 당시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정책인 셈이다.

정책 과속도 문제지만 정부의 불분명한 메시지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고용부 내부에서조차 “어느 정도가 충분하고 최대한인 건지, 경영상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누가 판단하는 거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번 대책의 핵심인 계도기간도 마찬가지다. 계도기간이 마치 처벌을 유예하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근로감독을 미루는 것이지 위법이 있어도 처벌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나 노조가 신고하면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9일 “대대적으로 악의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을 추려 고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김형동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형사처벌 여부는 입법사항이지 행정집행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가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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