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 성급한 규제는 자본시장에 毒…불완전판매엔 핀셋 대책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독일 금리 DLS' 만기 모두 끝나
평균 손실률 44%
판매액 중 186억은 원금 대부분 까먹어
전체의 15% 수준
평균 손실률 44%
판매액 중 186억은 원금 대부분 까먹어
전체의 15% 수준
대규모 손실로 논란을 빚은 우리은행의 독일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 관련 상품의 평균 손실률이 -44%로 확정됐다. 90% 이상 손실을 본 액수는 전체(1217억원)의 15% 수준인 186억원이다. 19일 만기를 맞은 상품을 끝으로 우리은행에 독일 금리 연계형 DLS 관련 펀드의 잔액은 남아 있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대규모 손실 사태가 한고비 넘은 만큼 DLS 관련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도한 규제가 금융시장 전반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롤러코스터 탄 독일 금리 DLS
우리은행 독일 금리 연계형 DLS의 회차별 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이날 만기를 맞은 18, 19회차 상품의 손실률은 각각 -7.1%와 -22.7%로 확정됐다. 올해 판매 상품 중 마지막 회차다. 이 상품은 올 들어 19차례에 걸쳐 총 1217억원어치가 팔렸다. 독일 금리가 연 -0.3%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4% 안팎의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설계됐다.
만기가 언제였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9월 말과 10월 초 만기를 맞은 상품은 90~100%의 손실을 봤다. 1억원을 내고 1000만원도 건지지 못한 셈이다.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늘리려고 복잡한 파생상품을 무리하게 판매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다. 10월 중순 이후엔 40~50%대 손실을 기록했다. 11월에는 더 호전됐다. 지난 12일에는 1.9%의 수익을 낸 상품도 나왔다.
독일 금리 DLS와 함께 문제가 된 영·미 CMS(이자율스와프) 금리 DLS 상품은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작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상품은 수익률이 플러스로 모두 돌아선 상태다. 만기가 남아 있는 영·미 CMS 금리 DLS 상품은 두 은행에서 약 5400억원 규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음달 열리는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철저히 따르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배상 책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죽이면 소비자도 피해”
독일 금리 DLS 사태의 후폭풍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금융당국이 시장 전체를 흔드는 고강도 규제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14일 고위험 DLS·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펀드 및 파생결합증권신탁(DLT)과 주가연계신탁(ELT) 등 신탁 상품을 은행이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DLS 사태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수십조~수백조원 규모에 이르는 관련 시장이 대규모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특정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면 은행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상품을 설계하고 개발한 증권사와 운용사 등 다른 금융사도 직격탄을 맞는다”며 “일부 은행 규제가 전 금융권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에게도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장점은 전국에 많은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어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다는 것”이라며 “저금리·고령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민과 중산층이 자산을 증식할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말이 있다”고 금융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시중의 1100조원 부동자금이 갈 곳을 못 찾아 부동산을 찾아가는데 이 자금을 어떻게 건전한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일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정책적 목표”라며 “잘못된 상품 판매를 잡기 위해 자본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2주간 DLS 사태 대책을 두고 은행·증권 등 각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시장이 급변하는데 당국이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며 “감독당국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소람/조미현 기자 ram@hankyung.com
우리은행 독일 금리 연계형 DLS의 회차별 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이날 만기를 맞은 18, 19회차 상품의 손실률은 각각 -7.1%와 -22.7%로 확정됐다. 올해 판매 상품 중 마지막 회차다. 이 상품은 올 들어 19차례에 걸쳐 총 1217억원어치가 팔렸다. 독일 금리가 연 -0.3%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4% 안팎의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설계됐다.
만기가 언제였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9월 말과 10월 초 만기를 맞은 상품은 90~100%의 손실을 봤다. 1억원을 내고 1000만원도 건지지 못한 셈이다.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늘리려고 복잡한 파생상품을 무리하게 판매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다. 10월 중순 이후엔 40~50%대 손실을 기록했다. 11월에는 더 호전됐다. 지난 12일에는 1.9%의 수익을 낸 상품도 나왔다.
독일 금리 DLS와 함께 문제가 된 영·미 CMS(이자율스와프) 금리 DLS 상품은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작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상품은 수익률이 플러스로 모두 돌아선 상태다. 만기가 남아 있는 영·미 CMS 금리 DLS 상품은 두 은행에서 약 5400억원 규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음달 열리는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철저히 따르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배상 책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죽이면 소비자도 피해”
독일 금리 DLS 사태의 후폭풍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금융당국이 시장 전체를 흔드는 고강도 규제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14일 고위험 DLS·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펀드 및 파생결합증권신탁(DLT)과 주가연계신탁(ELT) 등 신탁 상품을 은행이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DLS 사태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수십조~수백조원 규모에 이르는 관련 시장이 대규모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특정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면 은행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상품을 설계하고 개발한 증권사와 운용사 등 다른 금융사도 직격탄을 맞는다”며 “일부 은행 규제가 전 금융권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에게도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장점은 전국에 많은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어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다는 것”이라며 “저금리·고령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민과 중산층이 자산을 증식할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말이 있다”고 금융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시중의 1100조원 부동자금이 갈 곳을 못 찾아 부동산을 찾아가는데 이 자금을 어떻게 건전한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일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정책적 목표”라며 “잘못된 상품 판매를 잡기 위해 자본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2주간 DLS 사태 대책을 두고 은행·증권 등 각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시장이 급변하는데 당국이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며 “감독당국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소람/조미현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