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환경 관련성 없다' 결론에 "인과관계 있다"며 반발
'거주 부적합' 인천 사월마을 주민들, 이주대책 마련 요구
폐기물업체와 공장 등이 난립한 인천 사월마을이 거주지로 부적합하다는 환경부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자 주민들은 이주 방안 등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민 122명 가운데 15명이 암에 걸리고 8명이 숨졌지만 암 발병과 주변 환경이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며 반발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17년 12월부터 인천 사월마을 '주민 건강영향조사'를 벌이고 19일 마을이 주거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세먼지 농도, 야간 소음도, 주민 우울증·불안증 호소율 등이 높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론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요구해왔던 마을 내 공장 이전 또는 주민 이주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이자 기대감을 보였다.

올해 6월 기준 122명이 사는 마을에는 마을 주민 수보다 많은 폐기물 처리업체, 주물업체, 철공소 목재 가공업체 등 165개 사업장이 밀집해 있다.

사월마을 주민 박봉희(64·남)씨는 "주민들은 하루라도 사람답게 살기를 바란다"며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준다고 하면 환영할 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오정한 법무법인 인본 원장(사월마을 법률대리인)은 "환경 전문가들도 마을 환경 개선으로 사월마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공장 이전 또는 주민 이주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을 내에서 암 환자가 계속해 나왔는데도 주변 환경과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사월마을에서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민 122명 중 총 15명에게 폐암·유방암 등이 발생해 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사월마을에서 발생한 암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 등에서 주민 발병과 주변 환경 간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전국 표준 인구 집단보다 인천 사월마을의 특정 암종의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지 않다는 이유다.

주민들은 특정 암종의 발병률만을 기준으로 정부가 발병과 주변 환경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공장 등에서 날아온 먼지와 쇳가루로 인해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중 20여명에게 집단으로 암이 발병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또 전체 마을 주민 중 60% 정도가 호흡기 질환과 피부병 등을 앓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주민들은 최근 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유해물질과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뒤라 이번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권순복(74·여)씨는 "갑상선암 등으로 치료를 받을 때 담당 의사도 쇳가루 때문에 암이 왔을 수 있다고 했다"며 "마을에서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은데 주변 환경과 관련이 없다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인천지역 환경단체는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인천시와 서구 등 지자체가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거나 점점 열악해지는 생활환경을 방치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천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인천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인천 전 지역에 대한 주민건강 영향조사를 실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도시계획 수립 시 주민의 환경권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