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이상훈 9단 "올해 바둑리그까지는 나가고 싶어했다"
"이세돌 마음 착잡할 것…바둑 아닌 일 준비 중"
'풍운아' 이세돌(36) 9단이 바둑돌을 내려놓았다.

이세돌 9단은 19일 오전 서울 한국기원에 친형 이상훈(44) 9단과 함께 방문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프로기사로서 공식 은퇴한 것이다.

사직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이세돌 9단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세돌 9단이 사인한 사직서에는 '일신상의 사유'라고 적혀 있었다.

이세돌 9단의 친형인 이상훈 9단은 연합뉴스 전화에서 "프로기사 생활을 25년 가까이 했는데, 동생 기분이 많이 심란할 것"이라며 이세돌 9단의 심정을 대신 전달했다.

이상훈 9단은 "원래 예정한 것이지만, 연말·연초에 할 줄 알았는데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3월 '3·1운동 100주년 기념 블러드랜드배 특별대국'에서 중국 커제 9단에게 패한 뒤 "6살에 바둑을 시작하고 1995년 프로에 입단했다.

시간이 꽤 됐다"며 "아마 올해가 마지막인 것 같다"고 밝혔다.

후배 기사들을 이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은퇴를 언급한 이유였다.

당시 이세돌 9단은 "(은퇴를) 아직 완벽히 정한 것은 아니다.

장기간 휴직이나 완전 은퇴 둘 중 하나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올 한해 고민을 해봐야 한다.

어쨌든 올해를 마지막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세돌 마음 착잡할 것…바둑 아닌 일 준비 중"
이상훈 9단은 "세돌이는 올 한 해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안 된다고 판단이 들면 은퇴를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올해 바둑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되면서 은퇴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7월 30일 박영훈 9단과 대결한 KBS바둑왕전 16강전을 끝으로 대국에 나오지 않았다.

한국기원의 정관 개정이 이세돌 9단의 기전 출전을 막았다.

한국기원은 7월 12일 임시이사회에서 '기사회 소속 기사만 한국기원 주최·주관·협력·후원 기전에 참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정관에 신설했다.

이세돌 9단은 2016년 5월 17일 이상훈 9단과 함께 기사회에 탈퇴서를 제출했다.

당시 이상훈-세돌 형제는 회원 대국 수입의 3∼15%를 일률적으로 공제해 적립금을 모으는 기사회 규정 등에 반기를 들며 기사회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세돌 9단은 7월 '탈퇴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기사회가 가져간 자신의 대국 수입 공제액(약 3천200만원)을 돌려달라'며 한국기원과 소송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상훈 9단은 "세돌이는 올해 KB바둑리그까지는 출전하고 싶어했는데, 규정이 개정되면서 리그에 못 나가게 됐다.

대회에 나가지 못하면 프로기사의 의미가 없어서 은퇴로 확실히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이상훈 9단은 "형으로서 마음이 좋지 않다.

은퇴한다면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할 것 같다"며 동생의 마음을 헤아렸다.

이세돌 9단은 바둑과는 전혀 다른 길에서 '제2의 인생'을 걸어 나갈 전망이다.

이상훈 9단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는데, 세돌이는 내년부터는 바둑이 아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세돌 마음 착잡할 것…바둑 아닌 일 준비 중"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