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국민과의 대화'…짙은색 정장에 푸른 줄무늬 타이로 신뢰·신념 강조
등장곡 All You Need is Love, 배철수 씨 선정…文대통령 "우리 평화도 잘 됐으면"
국민 패널 향해 "날카로운 질문 품으셨을듯"…첫 질문은 스쿨존에서 차에 치여 아들 잃은 故김민식 군 부모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현장은 집권 반환점을 맞은 문 대통령의 소회와 각종 현안과 관련한 해법을 듣기 위한 참석자들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1만6천여 명의 신청자가 몰린 가운데 53: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국민 패널' 300명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느껴졌다.

국민 패널은 한가운데에 마련된 문 대통령의 자리를 가운데에 두고 원형 계단식으로 마련된 좌석에 앉아 행사 시작을 기다렸다.

청와대는 국민과 더 가까운 자리에서 소통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되도록 '타운홀 미팅'처럼 무대를 구성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행사에 앞서 김상조 정책실장·윤도한 국민소통수석·황덕순 일자리수석·이호승 경제수석·김연명 사회수석·주영훈 경호처장·고민정 대변인 등과 함께 현장에 도착해 최승호 MBC 사장, 변창립 부사장 등과 환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행사 사회자인 MC 겸 가수 배철수 씨, 보조진행을 맡은 허일후·박연경 MBC 아나운서와 인사를 하고 진행과 관련한 설명도 청취했다고 한다.

행사 시작 시각인 오후 8시가 넘어서자 문 대통령이 국민 패널 앞에 섰다.

국민 패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고 문 대통령은 이들과 악수하며 인사했다.

짙은 색의 정장과 푸른색 줄무늬 타이를 맨 문 대통령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날 의상은 국민에 예를 갖추는 동시에 신뢰감을 주는 한편, 국민의 고민에 진지한 태도로 임하면서 신념과 자신감을 강조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또한 임기 후반기에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행사를 위해 청각 장애인들이 만드는 수제화로 알려진 '아지오' 구두를 착용했다.

아지오 구두는 문 대통령이 2017년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할 때 신었던 브랜드로, 당시 낡은 밑창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문재인 구두'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배 씨가 "제가 40여년째 방송생활을 하지만 이렇게 큰 환호를 받은 적 없다"고 인사하자 문 대통령은 "속으로는 날카로운 질문을 품고 있을지 모르죠"라며 농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이 통상 행사장에 들어설 때 작곡가 김형석 씨가 만든 '미스터 프레지던트'가 연주됐던 것과 달리, 이날 행사에는 배 씨가 고른 비틀스의 대표곡 'All You Need is Love'가 흘러나왔다.

이는 1990년부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하며 다양한 청취자들의 신청곡을 소개한 배 씨의 경험을 살렸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MBC 측의 의견을 청와대가 받아들여 가능했다.

배 씨는 "제가 정치에 문외한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게 사랑이 아닐까"라며 "대통령과 모든 국민에게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선곡했다"고 밝혔다.

'All You Need is Love'는 1967년 6월 25일 세계 최초로 5대륙, 24개국을 연결해 위성중계된 '아워 월드'(Our World)를 위해 비틀스가 만든 곡이다.

베트남전의 여파로 반전평화운동이 확산하던 시기에 비틀스는 이 곡을 통해서 세계에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문 대통령은 "비틀스가 사랑에 관한 노래를 많이 했는데 반전, 평화 등의 메시지로도 읽혔다"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랑의 토대는 이해이고, 이해하려면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며 "오늘 그런 뜻을 담은 자리라는 의미도 느꼈다"고 부연했다.
자신감있게 국민 앞에 선 文대통령…첫 질문자는 '민식이 엄마'
1953년생 동갑인 문 대통령과 배 씨는 건강을 주제로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강도가 말이 아니라 건강 관리에 유의하고 있다"며 "임기 중에는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제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준비를 잘하셨나'라는 물음에 "예상 문제가 없고 출제 범위가 무한대라 준비를 할 수 없었다"며 "참모들이 외부 일정을 잡지 않은 채 통계 자료를 책 한 권으로 줬는데 통계가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다"고 말했다.

첫 질문자를 선정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들 김민식(9)군을 잃은 엄마인 박초희 씨를 지목했다.

민식이의 사진을 든 남편 옆에서 흐느끼며 마이크를 잡은 박 씨는 "이런 슬픔이 없도록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며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이뤄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어머니가 보시는 가운데 사고가 나서 더더욱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면서 "아이들의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한편, 국민 패널은 주관사인 MBC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0일부터 일주일간 사전 신청을 받아 선정됐다.

MBC 측은 세대·지역·성별 등을 고려하고 노인·농어촌·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지역 주민 등을 배려해 국민 패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민과의 대화' 종료 후 MBC로부터 질문자의 인적사항을 모두 제외하고 전체 참여자가 '국민 패널' 신청 시 기재한 질문과 의견을 전달받는다.

청와대는 적절한 형식을 통해 해당 질문들에 답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