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나라면 이 행사 연출을 안 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후 “(문 대통령이) 왜 하시는지는 알 것 같다”고 추가 설명을 했지만 자문위원이 청와대의 행사 기획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라 논란이 일었다.

탁 자문위원은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생방송으로 생생한 질문을 받고 즉각적인 답변을 하는 것이 대통령의 국정파악과 순발력을 보여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대통령 말씀의 무게와 깊이 보다 중요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작위로 질문자를 선정하면 질문 수준에 이견이 있을 것이고, 참여 대상자를 직접 고르면 ‘짜고 했다’고 공격할 것”이라며 “질문의 수준, 분야, 깊이, 답변의 수위와 내용까지 모두가 고민되는 지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 자문위원은 “그럼에도 대통령이 왜 국민과 대화를 하시는지는 알 것 같다”며 “어떤 질문도 그 수준과 내용에 상관없이 당신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하겠다는 의중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도 의도도 연출도 없이 방송사가 정한 룰과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대통령의 진심으로만 국민과 이야기 하는 자리”라고 의미 부여했다.

그는 전날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라면 이 행사 연출을 안 했을 것”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기획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얘기를 담아내야 할지 무척 곤혹스러웠을 것 같다”며 “소통의 총량이 적지 않고, 대통령이 생각하는 바를 국민에게 언제든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또 별도의 시간을 내서 ‘국민과의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을 무작위로 300명 뽑으면 그게 전체 국민과의 대화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문 대통령이 결정한 행사에 대해 자문위원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가 이번 행사의 의의를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탁 자문위원의 발언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굳이 그렇게 얘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또 다른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나라면 이 행사 연출을 안 했을 것’ 발언에 대해 “연출가로서 그런 형식이면 자신이 없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대통령이 공격받을 것”이라며 “좋은 질문과 대답이 나오면 그런 비판을 할 것이고, 나쁜 질문과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 나오면 형식적 측면을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