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우여곡절 겪을 수 밖에"…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교착상태 이해 구해
"북미, 실무협상→정상회담 노력 중…성과 있을 것" 기대감 표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준비 하고 있다"…'촉진자역' 고수
文대통령, 북미-남북관계 선순환 강조…교착국면 '답답함' 토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이 '안갯속'에 빠진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와 남북관계 진전의 선순환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에 '새 계산법'을 가져오라며 내건 연말 시한이 다가올수록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나, 본연의 '촉진자역'에 충실히 임해 교착 상태를 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집권 반환점을 맞아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남북 관계와 관련한 질문에 "근래의 남북 관계가 교착상태로 느껴지고 답답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노이 노딜' 후 7개월여만인 지난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북미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전반적인 부진에 빠진 상황에 대한 심경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크게 보면 70년간의 대결을 평화로 바꿔내는 일이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국민을 향해 이해를 구하는 동시에 긍정적인 신호를 발신하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가 공언한 대로 연내 실무 협상을 거쳐 정상회담을 하려는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이고 남북관계에도 훨씬 더 여지가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실무협상 테이블에서 다시 만난 북미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북미 두 정상이 만나 비핵화와 관련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다.

이는 최근 비핵화 대화를 둘러싼 북한의 공세적 태도 탓에 비핵화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외교가의 평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새벽 담화에서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정책 철회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밝혔다.

한미 연합훈련부터 대북 제재, 유엔 차원의 대북인권 논의 등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모든 정책에 반감을 표출한 것이다.

한미가 북한이 비난해 온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는 등 전향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국을 압박하는 상황은 문 대통령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와 그 성과에 기대를 거는 것은 북한의 태도가 전체적인 비핵화 '판'을 깨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신들의 요구를 최대한 관철하려는 목적이 담긴 메시지로, 대화 시기가 임박했을 때 나오는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북미 간 갈등 수위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기까지 '물밑 조율'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 제재의 해제 등을 비롯한 북한의 요구와 이를 미국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존재하는 견해차를 좁히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개성공단 기업인의 피해를 언급하며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은 착수식을 해 언제든 시행할 수 있게 조사·연구도 마쳤다"며 "그러나 철도·도로를 개량하려면 물자와 장비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려면 유엔의 대북제재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그 부분은 상당 부분 비핵화 대화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며 "남북과 북미가 계속 협의하고 노력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은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앞당길 '촉진자역'에 지속해서 공을 들이겠다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에 현 상황을 맡긴 채 방관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는 등 문 대통령이 끌어온 비핵화 진도가 후퇴할 우려도 있어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