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국 400만명 이용하는 인터넷銀…설립 6년 만에 기업가치 4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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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틴 슈탈프 N26 공동창업자 겸 CEO
"서비스 좋으면 고객들 알아서 온다"
獨 산업계 핀테크 성공 모델
8분 이내에 신규계좌 개설
고객 1인 유치 비용 20弗 불과
일반 은행의 10분의 1 수준
온라인 광고 외에 마케팅 안해
"서비스 좋으면 고객들 알아서 온다"
獨 산업계 핀테크 성공 모델
8분 이내에 신규계좌 개설
고객 1인 유치 비용 20弗 불과
일반 은행의 10분의 1 수준
온라인 광고 외에 마케팅 안해
N26(넘버26)은 유럽 주요국과 미국을 포함한 26개국에서 4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은행이다. 2013년 독일에서 시작해 설립 6년 만에 기업가치 평가액이 35억달러(약 4조원)에 이르렀다. N26은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만든 발라르벤처스와 홍콩 최고 갑부 리카싱의 호라이즌벤처스, 텐센트 등에서 투자를 유치해 주목받았다.
발렌틴 슈탈프 N26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34)는 독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계의 ‘록스타’로 불린다. 제조업이 지배하고 있는 독일 산업계에서 핀테크(금융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경제매체 한델스블라트는 “슈탈프는 N26의 성공을 통해 독일뿐 아니라 세계 은행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슈탈프는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가 되기를 꿈꿨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이후 정보기술(IT)기업, 투자은행, 컨설팅회사 등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후 독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로켓인터넷에 들어가 1년가량 일하며 다른 벤처사업가들과 교류했다. 마침내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2013년 어린 시절 친구인 막시밀리안 타이엔탈과 함께 핀테크기업을 창업하기로 했다.
슈탈프와 타이엔탈이 처음부터 인터넷은행 사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사업 초반에는 금융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들이 처음 시장에 내놓은 상품은 ‘파파야(Papayer)’라는 이름의 미성년자용 체크카드였다. 체크카드를 부모들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에 연동해 자녀의 금융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체크카드 사용 한도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체크카드 사용자인 청소년들을 위해서도 별도의 앱을 제공해 자신의 금융 현황을 확인하고, 소비와 관련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청소년용 체크카드와 이를 관리하는 앱을 주력 상품으로 하기엔 시장이 너무 작았던 탓이다. 슈탈프와 타이엔탈은 실패를 인정하고 파파야 사업을 빠르게 접었다. 금융업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파파야의 실패로 틈새시장이 아니라 좀 더 큰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독일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니콘기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인 N26은 이렇게 시작됐다.
‘심플’ ‘저비용’ ‘글로벌’
N26의 성공 키워드는 ‘심플’ ‘저비용’ ‘글로벌’이다. N26은 사업 초기부터 ‘쉬운 사용’을 주요 콘셉트로 잡고 이용자들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N26을 통해 신규 계좌를 열려는 이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앱을 내려받은 뒤 평균 8분 이내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직접 은행을 방문하고 평균 한 시간이 넘는 동안 업무를 처리하는 일에 익숙하던 유럽 지역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심플을 지향하는 회사의 정신은 N26이라는 이름에도 반영돼 있다. 숫자 26은 ‘루빅스 큐브’(여러 개의 작은 정육면체가 모여 하나의 큰 정육면체를 이루며 같은 색깔을 맞추는 퍼즐 게임)에 포함된 작은 정육면체 조각이 26개라는 사실에서 착안했다. 루빅스 큐브는 초보자에게는 어렵지만 그 원리를 깨우친 사람에게는 해결이 매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빅스 큐브와 연관된 이름을 통해 금융업도 알고 보면 쉽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이다.
슈탈프는 N26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했다. N26의 신규 유치 고객 1인당 영업·마케팅 비용은 20달러(약 2만3300원) 안팎이다. 독일 일반 은행이 고객 1인당 들이는 평균 영업·마케팅 비용으로 알려진 200~300달러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N26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온라인 광고 외에는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 옥외 광고도 독일 베를린에서 최근 들어 처음 시작했다.
슈탈프는 마케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만큼 비용을 아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작업에 투입하면 훨씬 더 많은 고객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고 답했다. N26은 매일 2000명 이상의 신규 이용자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지인의 추천으로 N26에 가입하고 있다.
N26은 시작부터 세계를 대상으로 했다. N26은 2015년 독일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약 1년 뒤인 2016년 7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은행업 면허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빠르게 유럽 전역으로 시장을 넓혔다. 올해는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만간 남미와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아이디어보단 실행력이 중요하다”
슈탈프는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좋은 아이디어보단 강한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N26이 커지고부터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비결을 묻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며 “그럴 때면 ‘그냥 해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갖고 실행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슈탈프의 다음 목표는 N26의 기업공개(IPO)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3~5년 안에 IPO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발렌틴 슈탈프 N26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34)는 독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계의 ‘록스타’로 불린다. 제조업이 지배하고 있는 독일 산업계에서 핀테크(금융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경제매체 한델스블라트는 “슈탈프는 N26의 성공을 통해 독일뿐 아니라 세계 은행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슈탈프는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가 되기를 꿈꿨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이후 정보기술(IT)기업, 투자은행, 컨설팅회사 등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후 독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로켓인터넷에 들어가 1년가량 일하며 다른 벤처사업가들과 교류했다. 마침내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2013년 어린 시절 친구인 막시밀리안 타이엔탈과 함께 핀테크기업을 창업하기로 했다.
슈탈프와 타이엔탈이 처음부터 인터넷은행 사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사업 초반에는 금융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들이 처음 시장에 내놓은 상품은 ‘파파야(Papayer)’라는 이름의 미성년자용 체크카드였다. 체크카드를 부모들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에 연동해 자녀의 금융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체크카드 사용 한도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체크카드 사용자인 청소년들을 위해서도 별도의 앱을 제공해 자신의 금융 현황을 확인하고, 소비와 관련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청소년용 체크카드와 이를 관리하는 앱을 주력 상품으로 하기엔 시장이 너무 작았던 탓이다. 슈탈프와 타이엔탈은 실패를 인정하고 파파야 사업을 빠르게 접었다. 금융업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파파야의 실패로 틈새시장이 아니라 좀 더 큰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독일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니콘기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인 N26은 이렇게 시작됐다.
‘심플’ ‘저비용’ ‘글로벌’
N26의 성공 키워드는 ‘심플’ ‘저비용’ ‘글로벌’이다. N26은 사업 초기부터 ‘쉬운 사용’을 주요 콘셉트로 잡고 이용자들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N26을 통해 신규 계좌를 열려는 이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앱을 내려받은 뒤 평균 8분 이내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직접 은행을 방문하고 평균 한 시간이 넘는 동안 업무를 처리하는 일에 익숙하던 유럽 지역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심플을 지향하는 회사의 정신은 N26이라는 이름에도 반영돼 있다. 숫자 26은 ‘루빅스 큐브’(여러 개의 작은 정육면체가 모여 하나의 큰 정육면체를 이루며 같은 색깔을 맞추는 퍼즐 게임)에 포함된 작은 정육면체 조각이 26개라는 사실에서 착안했다. 루빅스 큐브는 초보자에게는 어렵지만 그 원리를 깨우친 사람에게는 해결이 매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빅스 큐브와 연관된 이름을 통해 금융업도 알고 보면 쉽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이다.
슈탈프는 N26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했다. N26의 신규 유치 고객 1인당 영업·마케팅 비용은 20달러(약 2만3300원) 안팎이다. 독일 일반 은행이 고객 1인당 들이는 평균 영업·마케팅 비용으로 알려진 200~300달러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N26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온라인 광고 외에는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 옥외 광고도 독일 베를린에서 최근 들어 처음 시작했다.
슈탈프는 마케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만큼 비용을 아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작업에 투입하면 훨씬 더 많은 고객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고 답했다. N26은 매일 2000명 이상의 신규 이용자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지인의 추천으로 N26에 가입하고 있다.
N26은 시작부터 세계를 대상으로 했다. N26은 2015년 독일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약 1년 뒤인 2016년 7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은행업 면허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빠르게 유럽 전역으로 시장을 넓혔다. 올해는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만간 남미와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아이디어보단 실행력이 중요하다”
슈탈프는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좋은 아이디어보단 강한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N26이 커지고부터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비결을 묻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며 “그럴 때면 ‘그냥 해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갖고 실행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슈탈프의 다음 목표는 N26의 기업공개(IPO)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3~5년 안에 IPO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