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받은 제보사진. 유니클로 매장 앞에 대기열이 늘어서 있다.(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페이스북 캡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받은 제보사진. 유니클로 매장 앞에 대기열이 늘어서 있다.(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페이스북 캡쳐)
초겨울 칼바람이 매섭던 19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몰에 자리잡은 대형 유니클로 매장 입구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간 연 대규모 할인행사 '15주년 기념 감사제'(이하 감사제)의 풍경이다.
19일 오후 유니클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점 입구 풍경.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19일 오후 유니클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점 입구 풍경.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8월 당시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1층 계산대 앞에 줄 선 7명 중 일부 고객의 바구니에는 옷이 한가득이었다.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전모씨(33세)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스카프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온라인으로 주로 구입하는 '샤이 유니클로(Shy UNIQLO)냐'는 질문에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아꼈다. 유니클로는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 브랜드로 꼽혔다. 이후 매장에 손님이 뜸한 흐름이 이어졌고,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샤이 유니클로란 말이 생기기도 했다.
히트텍 터틀넥T(9부) 일부 사이즈가 품절된 온라인 모습. (사진 = 유니클로)
히트텍 터틀넥T(9부) 일부 사이즈가 품절된 온라인 모습. (사진 = 유니클로)
그러나 유니클로 감사제로 오프라인 매장엔 고객이 다시 북적였다. 히트상품인 발열내의 ‘히트텍’을 무료 증정하는 행사가 이 같은 분위기를 끌어냈다는 진단이다. 감사제 기간 주력제품을 예년보다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면서 고객의 발길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니클로 매장으로 한국 고객 발길을 돌리게 한 1등 공신은 '공짜 히트텍'이었다. 유니클로는 행사 기간 구매 가격과 무관하게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10만장의 히트텍을 선착순으로 증정했다. 이달 15~17일에는 성인용 크루넥 히트텍을, 18~21일에는 남성용 히트텍 타이즈 및 여성용 히트텍 레깅스를 1인당 1장씩 배포했다.

보온용 내의로 유명한 히트텍 의류를 매장에서 공짜로 배포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매장별로 일일 수량도 조기 소진됐다. 매장별로 공짜 히트텍을 선착순 증정하고 다 떨어질 경우 조기 종료한다는 방침 때문이다. 일부 유니클로 매장에 긴 대기행렬이 늘어선 것도 이 같은 마케팅 효과였다.

오프라인 매장 히트텍 공짜 증정 외에도 구매금액별 기념품과 할인쿠폰도 제공했다. 대표적 기념품은 텀블러였다.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7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들에게 선착순으로 텀블러를 뿌렸다. 13일까지 가입한 회원들에게 감사제 기간 동안 10만원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1만원 쿠폰도 마케팅 전략이었다. 최종 계산대에서 자신의 구매액으로 텀블러 기념품과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는지 따져보는 손님들이 많은 이유였다.
19일 오후 유니클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점 풍경.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19일 오후 유니클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점 풍경.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공짜 히트텍에 텀블러, 할인쿠폰 3종이 유니클로 매장으로 한국 고객 발길을 돌리게 한 셈이다.

이 탓에 일본 불매 운동의 진정성이 훼손됐다며 불편해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유니클로 매장에 소비자들이 대기열이 늘어선 제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0일에도 국산품 애용을 독려하고 나섰다. 서 교수는 지난 19일 제보 사진과 함께 "유니클로가 무료 증정하는 발열 내복은 사이즈나 색을 고를 수 없는데도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며 "불매운동이 절대 강요될 수는 없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 교수는 "국산 발열 내의(내복)가 훨씬 더 기능이 좋다"며 "올해의 불매운동이 한 단계 뛰어 넘어 '국산품 애용 생활화'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