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요구 전 입장 듣는 중"…'혐의 다지기' 보강조사 병행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 변수도
엿새째 檢출석 소식 없는 조국…신병처리 앞두고 본격 수싸움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첫 소환 이후 엿새째 검찰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첫 조사에서 조 전 장관의 전략을 확인한 검찰이 혐의를 더 탄탄히 다지는 쪽으로 궤도를 일부 수정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등 양측간 본격적인 수싸움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는 듯하던 이번 수사가 석 달을 넘겨 아예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조 전 장관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올해를 넘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조 전 장관의 두 번째 검찰 출석 일정을 변호인단과 조율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출석을 요구하기 전에 변호인 측 입장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 8시간 내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다가 귀가했다.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검찰은 곧바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첫 소환에 앞서 미리 준비한 신문을 마저 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을 다시 소환하더라도 답변을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다.

검찰은 첫 조사에 앞서 ▲ 부인 차명투자 관여 ▲ 딸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수령 ▲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발급 ▲ 웅동학원 위장소송·채용비리 ▲ 사모펀드 운용현황보고서 허위 작성 ▲ 서울 방배동 자택 PC 증거인멸 등 의혹과 관련해 100쪽 안팎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서에 '묵묵부답하다'라는 답변만 적더라도 모든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겠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고위 공직자를 지낸 피의자의 해명을 전부 듣지 않고 구속영장 청구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경우 불거질 수 있는 잡음까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9월6일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소환 조사 없이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엿새째 檢출석 소식 없는 조국…신병처리 앞두고 본격 수싸움
검찰과 조 전 장관 모두 남은 소환 조사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추가 조사가 일주일 가까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법조계에서는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겠다는 조 전 장관의 입장을 확인한 이상 검찰이 추가 소환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는 해석이 주로 나온다.

정 교수가 구속 전후 10차례 넘는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마당에 남편이 입을 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애초부터 있었다.

조 전 장관이 검찰 질문을 통해 수사 상황을 일부 파악한 만큼 나머지 패까지 전부 보여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혐의를 보다 탄탄히 다지기 위해 물증과 주변 참고인 진술을 추가로 확보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은 수사를 시작한 지 두 달 넘게 지난 이달 5일 처음 압수수색했다.

정 교수의 차명 주식투자와 연루설이 제기된 상상인저축은행 수사가 최근에야 본격화한 점도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표면적으로는 개인대출 한도 위반 등 금융당국의 의뢰에 따른 수사지만, 상상인저축은행이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와 투자사 더블유에프엠(WFM)에 자금을 댄 정황이 이미 공개된 상태다.

골든브릿지증권 인수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난항을 겪던 상상인저축은행이 문제 해결을 기대하고 대출을 내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오히려 조 전 장관 측이 법정에서 다투겠다며 적극적인 상황"이라며 "검찰도 나름의 전략을 갖고 수사일정을 가능한 한 늦추면서 패를 많이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옛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 수사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수사상황을 공유하며 완급을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한다.

다만 공식적으로는 양쪽 수사가 별개라는 게 검찰 입장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전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서울 도곡동 자택과 부산시청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그의 비위 혐의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혐의가 뚜렷하게 드러날수록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옛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직권남용 혐의에 가까워진다.

조 전 장관이 부인 주식투자 등 가족 관련 의혹에서 대부분 공범 또는 방조범 정도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에 불과한 만큼 신병처리는 감찰 무마 의혹 수사팀이 맡을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두 군데 수사팀 중 최소 한 곳은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사건에 밝은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론을 내놓고 추가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각됐을 때, 영장 청구 없이 불구속 기소했을 때 각각 예상되는 비판을 검토해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