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의 배신?…맥 못추는 金·국채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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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펀드 석 달 만에 -5.8% 손실
국공채 펀드도 마이너스 수익률
국공채 펀드도 마이너스 수익률
지난 9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의 완화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금이나 국공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지난 3개월 기준)을 보이는 등 부진에 빠졌다. 반면 주식형 펀드는 석 달 만에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면서 9월 이전과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들어 미·중 무역협상이 다시 삐걱거리고 있는 데다 그동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온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도 제기되면서 이들 ‘안전자산 펀드’가 다시 한번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안전자산 펀드’의 배신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금 펀드 12개는 지난 석 달간 평균 -5.80%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국내 국공채 펀드 68개도 평균 -2.19%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이는 9월 초부터 미·중 무역분쟁이 다소 완화되면서 시중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고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된 지난 8월 연 1.09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 연 1.5% 안팎에 형성돼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가격도 8월 g당 6만2580원까지 올랐다가 5만5000원대로 10%가량 하락했다.
반대로 올 들어 부진했던 주식형 펀드는 수익률이 회복되는 모습이다. 주식형 펀드 965개의 3개월 수익률은 평균 13.50%로 집계됐으며 연초 이후 기준으로도 5.11%를 달성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안전자산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몰리고 있다. 금 펀드에서는 지난 한 달간 87억원이 순유출됐으며 국공채 펀드를 포함한 채권형 펀드(267개)에서도 1조6266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주식형 펀드에는 6530억원이 순유입됐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데다 반도체 등 경기 반등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이라며 “글로벌 금리 인하와 내년 재정 확대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인식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떨쳐내는 자극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바닥론 아직 이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기 바닥론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기엔 아직 이르다고 강조한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스몰딜(부분 합의)’로 예상했던 미·중 협상이 또다시 최종 합의가 연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번주 들어 글로벌 금리가 하락하고 증시도 약세로 전환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연 1.945%까지 올랐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0일 1.748%로 10여 일 만에 0.2%포인트 하락했다.
올 들어 고공행진을 지속해왔던 미국 증시의 고점 논란도 부담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글로벌펀드 운용역은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올해 초에 비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악재가 터지면 그만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내다봤다.
내년까지 글로벌 경기 하강 추세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안전자산 랠리’의 재개를 점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와 비교해 크게 개선 조짐이 나타난 경제 지표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만큼 위험자산 반등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금 펀드 12개는 지난 석 달간 평균 -5.80%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국내 국공채 펀드 68개도 평균 -2.19%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이는 9월 초부터 미·중 무역분쟁이 다소 완화되면서 시중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고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된 지난 8월 연 1.09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 연 1.5% 안팎에 형성돼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가격도 8월 g당 6만2580원까지 올랐다가 5만5000원대로 10%가량 하락했다.
반대로 올 들어 부진했던 주식형 펀드는 수익률이 회복되는 모습이다. 주식형 펀드 965개의 3개월 수익률은 평균 13.50%로 집계됐으며 연초 이후 기준으로도 5.11%를 달성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안전자산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몰리고 있다. 금 펀드에서는 지난 한 달간 87억원이 순유출됐으며 국공채 펀드를 포함한 채권형 펀드(267개)에서도 1조6266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주식형 펀드에는 6530억원이 순유입됐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데다 반도체 등 경기 반등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이라며 “글로벌 금리 인하와 내년 재정 확대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인식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떨쳐내는 자극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바닥론 아직 이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기 바닥론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기엔 아직 이르다고 강조한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스몰딜(부분 합의)’로 예상했던 미·중 협상이 또다시 최종 합의가 연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번주 들어 글로벌 금리가 하락하고 증시도 약세로 전환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연 1.945%까지 올랐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0일 1.748%로 10여 일 만에 0.2%포인트 하락했다.
올 들어 고공행진을 지속해왔던 미국 증시의 고점 논란도 부담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글로벌펀드 운용역은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올해 초에 비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악재가 터지면 그만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내다봤다.
내년까지 글로벌 경기 하강 추세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안전자산 랠리’의 재개를 점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와 비교해 크게 개선 조짐이 나타난 경제 지표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만큼 위험자산 반등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