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싸늘해진 외국인, 열흘간 1.3兆 팔았다
미·중 무역협상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로 코스피지수는 3거래일 만에 2150선을 내줬다. 2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시장(EM) 지수 변경에 따른 수급 불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10거래일 연속 순매도
시선 싸늘해진 외국인, 열흘간 1.3兆 팔았다
20일 코스피지수는 27.92포인트(1.30%) 내린 2125.32로 마감했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각각 3342억원, 986억원을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달부터 이달 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635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지난 7일부터 10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다. 이 기간에 총 1조3567억원을 순매도했다.

미·중 무역협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지면서 외국인이 한국 증시 수급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관세 부과 발언 여파로 19일 미국 증시가 하락했다”며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다시 커지는 현상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태에 따른 미·중 갈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상원이 19일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중국 정부는 즉각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권법 통과에 따른 미·중 갈등은 미·중 무역협상 악화 우려로 이어져 증시에도 부담을 줬다”며 “미·중 갈등 관련 소식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수급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MSCI EM 지수 변경도 부담

27일부터 적용되는 MSCI EM 지수 변경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MSCI는 중국 A주 비중을 확대하고 중형주 편입 수를 늘리는 변경 계획을 지난 7일 발표했다.

이는 올해 3월 제시한 중국 편입 비중 확대 계획의 일환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4개 종목(중형주 189개)이 편입돼 A주의 신흥지수 내 비중은 2.6%에서 4.1%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MSCI EM 지수 내 한국 비중은 12.2%에서 12.0%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확대 계획에 따라 중국 A주 비중이 1.9%포인트 증가하면 이에 비례해 한국 비중은 0.3~0.4%포인트 감소한다”며 “기존 예상치였던 0.1%포인트 감소보다 감소폭이 더 커져 외국인 수급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수급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들어 빠르게 감소하던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게 대표적이다. 조병현 연구원은 “8월 말 58조원대로 떨어졌던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10월 말 이후 1조8000억원이 불어나면서 62조7000억원까지 증가했다”며 “채권형펀드의 자금 유입 둔화도 함께 나타나고 있어 채권형펀드에서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이동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