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종료 후 시간 관계상 받지 못한 질문지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종료 후 시간 관계상 받지 못한 질문지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탁현민 말이 맞았네요."

어제(19일)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를 지켜본 한 야권 관계자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부터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 출연했다.

민생 현안에 대한 국민의 질문을 받고 직접 답을 내놓는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사회는 MC 겸 가수 배철수 씨가 맡았으며 MBC에서 100분간 방송됐다.

보수야권은 '국민과의 대화'가 '정치쇼'였다며 맹비난했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제대로 된 대안도 제시 못한 채 할 말만 하는 100분의 TV쇼는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각본'이 없다는 것을 그토록 애타게 홍보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 내용은 대다수 국민들의 궁금증과 목소리를 전달하기에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청와대가 준비한 내용만 일방적으로 전달된 '쇼'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국민 300분을 모셔놓고는 20여분의 질문만을 받았을 뿐이며, 그 대답마저도 특정 질문에 대해서만 장황한 대통령 입장을 듣는데 할애되었다. 방송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 내용은 그동안 대통령이 반복해왔던 메시지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다"면서 "국민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공수처 홍보쇼', '남북관계 평화 강요쇼'를 보는 것과 같았다"고 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탁현민이 없다고 이렇게 엉성한 쇼를 하나. 추상적인 질문에 뜬구름 잡는 답변, 개인들의 하소연과 원론적인 입장만 나왔다"고 비판했다.

관계자는 "그 바쁜 대통령이 어제 하루 일정을 비우고 준비한 것 치고는 허술했다"면서 "'늙으신 모습에 눈물 난다' '존경한다'는 발언을 듣고 놀랐다. 자신을 지지하는 300명과 더 잘하자는 부흥회에 불과했다. 가장 실패한 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통상적인 질문, 듣기 좋은 대답, 원론적인 얘기, 자화자찬에 남탓만 있었다. 소름 돋을 정도로 형편없었다"면서 "시간 낭비, 전파 낭비였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보다는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강신업 대변인도 "국민과 대화하는 건 내 자랑을 늘어놓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길게 언급한 것에 대해)검찰개혁은 틈만 나면 말해서 귀에 못이 박혔다. 이 나라의 국정 목표가 검찰개혁 밖에 없느냐"고 했다.

보수야권은 애초부터 대통령과 국민이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기 힘든 행사 형식이었다고 지적한다.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나는 경제, 교육, 외교, 안보에 대한 대통령의 관점을 보고 싶었는데 모두 패싱됐다"면서 "이게 5000만분의 300의 샘플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은 여권에서도 나왔었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국민과의 대화'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18일 tvn '김현정의 쎈터:뷰'에 출연해 "내가 청와대에 있었다면 '국민과의 대화' 연출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 위원은 "기획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얘기를 담아내야 할지 무척 곤혹스러웠을 것"이라며 "무작위로 질문자를 선정하면 질문 수준에 이견이 있을 것이고, 참여 대상자를 직접 고르면 ‘짜고 했다’고 공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백한 실언"이라며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국민과 소통하려는 대통령의 노력을 폄훼하면 안 된다"고 오히려 탁 위원을 비판했다.

한편 이날 패널로 선정된 300명은 무려 53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이들이다. 300명의 패널을 선정하는데 약 1만 6000여 명이 신청했다.

국민과의 대화는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300명의 방청객이 즉석에서 손을 들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문 대통령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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