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내는 두 번째 약속이행 경과보고서 내용 주목
마감 코앞 日'군함도' 보고서…韓 "사실관계 문제" 압박
경색한 한일관계가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이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메이지(明治)시대 산업유산의 두 번째 약속이행 경과보고서 제출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19일(현지시간)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군함도(端島·하시마)를 포함한 산업유산을 거론하고 일본 정부가 약속한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일본 정부가 등재 당시 약속한 강제노역 시설에 대한 정보센터 설치 등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사실관계 문제이자 신뢰의 문제로 유네스코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줄레 사무총장은 "12월 1일까지 일본 정부에서 이행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으니 일단 이를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나온 박 장관의 이런 발언은 일본 정부는 물론 세계유산을 등재하고 관리하는 유네스코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본군 위안부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해 일본이 주장한 제도 개혁을 이유로 이례적으로 심사를 미룬 유네스코에 군함도 강제노역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분명한 역사적 사실임을 알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은 4년 전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산업유산 23개 중 일부에서 한국인과 기타 국민이 자기 의사에 반하게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12월 유네스코에 제출한 첫 번째 약속이행 경과보고서인 '유산 관련 보전상황 보고서'에서 정보센터를 해당 유산이 있는 나가사키현이 아니라 도쿄에 만들겠다고 설치해 논란을 불렀다.

또 보고서에 '강제'(forced)라는 단어를 명시하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 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전쟁 전(前)과 전쟁 중, 전쟁 후에 일본의 산업을 지원(support)한 많은 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다"고 표현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 바레인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본 산업시설에서 이뤄진 한국인 등의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릴 것을 일본에 재차 촉구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전체 역사 해석에 있어 국제 모범 사례를 고려할 것을 강력히 독려하는 한편 당사국 간 지속적인 대화를 권했다.

일본이 내달 1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는 이 같은 세계유산위원회 요구에 따른 두 번째 조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년 전에는 일본이 낸 경과보고서가 세계유산센터 누리집 등을 통해 공개됐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경과보고서 내용을 확인하면 정부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보고서는 내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검토하며, 위원회가 의결하면 강제력을 띠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