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활의 균형?…완벽한 워라밸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
어느 시대든 통념이란 게 있다. 일단 그 통념이 받아들여지고 나면 그것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통념은 진실 여부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생각이나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커스 버킹엄과 애슐리 구달이 쓴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은 일에 관해 대다수 사람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위험하고 잘못된 통념 아홉 가지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책이다.

저자들은 아예 그런 통념들을 ‘일을 망치는 아홉 가지 거짓말’이라고 이름 붙인다. 책은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에 신경을 쓴다’ ‘최고의 계획은 곧 성공이다’ ‘최고의 기업은 위에서 아래로 목표를 전달한다’ 등으로 구성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여덟 번째 거짓말이 서평자의 눈길을 확 끌어당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를 잡아당기는 명제다. 여러분은 ‘일과 생활의 균형’ 즉 워라밸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대다수 사람은 워라밸이 필요한 것이며,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정치적 구호뿐만 아니라 아마도 주 52시간 근로제 같은 정책도 이런 통념에 힘입은 바가 클 것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일과 생활의 균형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으며, 그런 균형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결국 균형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라고 결론짓는다.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람에 균형도 찰나에 불과하다. 정확한 균형을 찾아도 금세 어떤 일이 생기면서 균형은 무너져버리고 그러면 우리는 다시 균형을 찾기 위해 공을 들여야 한다.”

이런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서평자는 워라밸이란 개념은 누군가 인간이 가진 균형에 대한 열망을 이용한 개념이란 생각을 해 왔다. ‘당신의 균형이 있을 것이고, 나의 균형이 있을 것인데 모두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어왔다.

"일과 생활의 균형?…완벽한 워라밸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
저자들에 의하면 워라밸이 갖고 있는 폐해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와 같은 핵심적인 문제를 없애고, 그 자리에 균형이란 결코 완성할 수 있는 전략을 끼워넣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워라밸에 대해 더 단호하게 말한다. “당신이나 당신의 삶에 균형은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들은 “우리 스스로 투입과 산출로 구성된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언제 어디서나 투입으로부터 산출을 만들어내는 그 자체를 의미있게 생각하라”고 권한다. 워라밸 대신 계속해서 세상으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고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과 세상에 기여하는 것을 이뤄내는 건강한 상태를 추구하라는 조언이다. 자신과 일 사이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