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억년 전 뒷다리 가진 '나하쉬' 뱀 화석 분석 결과
뱀 다리는 '사족(蛇足)'?…뒷다리 7천만년 이상 제기능
'사족(蛇足)'은 뱀을 그리다 뱀에겐 없는 다리까지 쓸데없이 그려 넣는 바람에 내기에서 지게 됐다는 '화사첨족(畵蛇添足)'이라는 고사성어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뱀은 도마뱀에서 갈라져 나와 진화하면서 약 7천만년간 뒷다리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앨버타대학과 호주 플린더스대학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마이모니데스대학 아자라재단의 박사과정 연구원 페르난도 가르베로글리오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2013년 파타고니아 북부 라 부이트레라 고생물 유적지에서 발굴된 약 1억년 전 뱀 화석을 연구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실었다.

이 화석들은 뒷다리를 가진 멸종 뱀 그룹인 '나하쉬(Najash rionegrina)'에 속하는 것으로, 두개골은 입체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있다.

뱀 다리는 '사족(蛇足)'?…뒷다리 7천만년 이상 제기능
연구팀은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두개골의 미세한 부분까지 분석한 결과, 오늘날의 뱀에게는 없는 협골(頰骨·광대뼈)을 여전히 갖고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유연한 턱을 가져 작은 입으로도 큰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오늘날의 뱀과 달리 고대 뱀들은 큰 입을 가졌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와함께 뱀의 앞다리는 적어도 1억7천만년 전에 사라졌지만, 뒷다리는 짧아도 제 기능을 하며 7천만년을 더 지속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뱀의 뒷다리가 진화 단계에서 과도기적으로 짧게 존재하다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백악기 후반기(약 1억년 전)에 대부분의 뱀에서 다리가 사라지고 미끄러지듯 기어 다니는 형태로 진화하기 전까지 제대로 된 기능을 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네 발 달린 고대 뱀은 아직 화석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으나 분명히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앨버타대학의 척추 고생물학자 마이클 콜드웰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뱀이 기어 다닌 것은 정말로 오래된 것으로, 이는 우리가 살아있는 네 발 달린 뱀을 보지 못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면서 "뱀은 도마뱀 그룹 중에서 최초로 다리를 없애는 실험을 한 부류일 수 있다"고 했다.

뱀 다리는 '사족(蛇足)'?…뒷다리 7천만년 이상 제기능
가르베로글리오 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뱀은 다리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도마뱀 중에서도 다리가 없는 것이 많다"면서 "뱀을 진짜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큰 먹이를 삼킬 수 있게 해주는 고도로 유연한 두개골이며,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경직된 도마뱀의 두개골에서 오늘날의 유연한 뱀 두개골로 진화하는 과정에 대한 세부정보가 누락돼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뱀의 조상이 굴을 파고 기어 다니는 작은 생명체가 아니라 지금의 뱀보다 더 큰 몸체와 입을 가졌다는 것을 뒷받침하며, 상당한 기간에 걸쳐 뒷다리를 갖고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