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1일 '2019년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부채 증가가 지속됐지만, 증가속도는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3달 전보다 15조9000억원(1.0%) 증가한 157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8조8000억원(3.9%) 늘었지만 증가율은 2004년 2분기(2.7%) 이후 15년 1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가계신용 증감률은 금리하락과 대출 규제 완화 등 여파로 2015년(10.9%), 2016년(11.6%), 2017년(8.1%) 폭증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종합대책 및 대출 규제 정책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부채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신용 증감률은 작년 2분기 7.5%에서 3분기 6.7%, 4분기 5.9%, 올해 1분기 4.9%, 2분기 4.3%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증가속도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절대 규모가 크고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점은 문제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 기준 18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회원국 평균치(130.6%·2018년 기준)를 크게 웃돌았다.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 2분기(4.3%)·3분기(3.9%) 가계신용 증가율에 크게 못 미쳤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심리가 식지 않고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를 견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았다. 실제로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의 증가 폭은 13조5000억원으로 2분기 16조3000억원보다 줄었지만,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2분기 8조4000억원에서 3분기 9조5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량도 2분기 10만7000가구에서 3분기 13만4000가구로 확대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 3분기 중 13조원 늘어나면서 18조7000억원 증가해 2분기 증가 폭(13조3000억원)을 웃돌았다.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상호저축은행·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우체국 등)의 경우 대출 규제가 본격 적용되면서 2분기 5000억원 늘었던 가계대출이 3분기엔 1조9000억원 감소했다.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도 2분기엔 2조5000억원 늘었지만, 3분기 들어선 3조2000억원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3분기부터 비은행권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상황에서 일부 집단대출이 금리 조건이 더 좋은 은행권으로 옮겨갔다"며 "이런 요인이 비은행권 가계대출 감소와 예금은행 가계대출 증가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그동안 제대로 집계하지 못했던 기타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통계 세부항목 분류를 보완해 2007년 이후 통계치를 새로 편제·공표한다고 밝혔다. 세부항목인 주택담보대출에 보험사 취급 주택담보대출이 추가로 반영됐다.

보험사 취급분을 새로 반영한 우리나라 전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9월 말 현재 83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말 343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2.4배로 늘어난 규모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