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담비 "짠한 향미. 그래도 괜찮아요. 동백 언니에게 큰 사랑 받고 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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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향미 役 손담비 인터뷰
"섹시가수 이미지 벗기 위해 10년간 담금질"
"꽃뱀 캐릭터, 욕 먹을까 걱정했지만 사랑 받아 기뻐"
"한번쯤 받아보고 싶었던 사랑, 다음 작품으로 보답"
"섹시가수 이미지 벗기 위해 10년간 담금질"
"꽃뱀 캐릭터, 욕 먹을까 걱정했지만 사랑 받아 기뻐"
"한번쯤 받아보고 싶었던 사랑, 다음 작품으로 보답"
"슬프고 찡하고, 짠한 향미. 그래도 괜찮아요. 동백 언니에게 큰 사랑 받고 갔으니까."
향미는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에겐 배우 손담비가 남았다.
최근 서울 강남 모처에서 손담비를 만나 KBS2 '동백꽃 필 무렵' 종영 소감을 들어봤다.
손담비는 "이렇게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라며 "매일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기분"이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극 중 손담비는 편견 가득한 세상에서 동백(공효진 분)에게 만큼은 꼭 기억되고 싶었던 향미의 사연과 심리 변화, 뿌리 염색이 안 된 머리와 까진 손톱과 같은 디테일 등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연민과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손담비는 6화 방영 때부터 반응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초반에는 모두 그냥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생각하셨죠? 그런데 그게 아니니까. 키를 쥐고 있는 여인인 걸 눈치채시고 나선 '얘는 왜 이렇게 행동하지?'하며 궁금해하셨던 것 같아요. 솔직히 욕먹을 수 있는 꽃뱀 캐릭터잖아요. 걱정은 있었지만 연기로 잘 녹여보자 다짐했죠."
결과적으로 '동백꽃'은 손담비의 재발견과 같은 작품이 됐다. 그는 "정말 다행이다. 시청자들이 너무 불쌍히 여겨주시고, 자기 일처럼 슬퍼해주셔서 감회가 색다르다"라고 털어놨다. 손담비는 극 중 향미와 공통점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향미는 맹하고 눈빛은 초점이 없고, 그래도 눈치는 빨라가지고 멍청한 애는 아니었던 거죠. 대사가 정말 많은데 천천히 얘기해야 해서 속도 조절하는 게 힘들었어요."
'뿌리 염색'이 시급했던 헤어스타일도 손담비의 아이디어였다. "머리도 손톱도 혼자 고민한게 많았어요. 그런데 연기적인 부분은 감독님과 정려원 언니, 공효진 언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런 도움 덕에 함축되게 캐릭터를 구성할 수 있었어요."
손담비는 사실 향미 캐릭터가 이렇게 '동백꽃'을 차지하게 될 줄은 몰랐다.
"중간에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서사가 깊숙히 내면까지 건드릴 줄은 몰랐어요. 작가님이 써주신 글 때문에 다시 한번 살아남지 않았나 싶어요. 12부까지 촬영을 하고 나서, 작가님께서 첫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저는 눈물을 참지 못했어요."
시청자 반응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묻는 질문에 손담비는 눈을 반짝이며 "향미는 손담비 자체" 라고 입을 모았다.
그는 "'손담비 아니면 누가 향미 하냐'는 글을 보면 촬영 때문에 피곤한데도 에너지가 급상승해요.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진짜 잘 해야지' 하고 동기부여가 됐어요."
손담비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시동이 늦게 걸리는 사람)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 티가 잘 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부연했다.
"한아름 물고 늘어져야 나중에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가수 때도 4년이나 연습하고 솔로로 빠져 '미쳤어'라는 좋은 곡을 만났어요. 솔직히 앨범 두 장이 망했던 우여곡절도 많았죠. 의자춤 또한 대중에게 먹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죠. 배우로 전업하고 나서도 꽤 오랜시간이 걸리겠구나 생각했어요. 흔들린건 없었고요, 때를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죠. 지금, 이 때를 너무 기다렸어요."
'섹시 가수' 출신 배우라는 선입견을 깨부수기 위해 손담비는 오랜시간 노력해 왔다. "연기하며 늘, 가슴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에요. 이 역할을 하면 조금 (섹시 이미지가) 벗겨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를 했죠."
손담비는 향미가 그렇게 가고싶어 했던 코펜하겐으로 떠난다. 그는 "일부러 화보 촬영을 코펜하겐으로 잡았다"며 "향미도 거기서 떠나보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동백꽃 필 무렵'이 20%가 넘는 시청률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지만 손담비에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어떡해요. 다음 작품 선택을 진짜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사랑 한번쯤 받아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연기로 살짝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대작을 만나버려서, 제 눈이 높아진 것 같아요.(웃음)"
손담비는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저 다음 작품은 공효진 언니에게 물어보려고요. 그 언니는 데뷔 하고 20년간 선택한 작품이 다 잘됐어요. 딱 보면 잘 되는지 안 되는지 아는 것 같아요. 언니에게 상의하겠다고, 그렇게 이야기 해 놓은 상태에요. 하하"
'동백꽃 필 무렵'은 지난 21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게장마을로 유명한 옹산에 사는 동백(공효진)과 용식(강하늘)을 중심으로 필구(김강훈), 향미, 종렬(김지석), 노규태(오정세), 홍자영(염혜란), 정숙(이정은), 그리고 덕순(고두심)과 옹벤져스라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웃음과 감동을 함께 줬다. 사람과의 관계, 행복, 나눔과 희생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향미는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에겐 배우 손담비가 남았다.
최근 서울 강남 모처에서 손담비를 만나 KBS2 '동백꽃 필 무렵' 종영 소감을 들어봤다.
손담비는 "이렇게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라며 "매일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기분"이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극 중 손담비는 편견 가득한 세상에서 동백(공효진 분)에게 만큼은 꼭 기억되고 싶었던 향미의 사연과 심리 변화, 뿌리 염색이 안 된 머리와 까진 손톱과 같은 디테일 등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연민과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손담비는 6화 방영 때부터 반응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초반에는 모두 그냥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생각하셨죠? 그런데 그게 아니니까. 키를 쥐고 있는 여인인 걸 눈치채시고 나선 '얘는 왜 이렇게 행동하지?'하며 궁금해하셨던 것 같아요. 솔직히 욕먹을 수 있는 꽃뱀 캐릭터잖아요. 걱정은 있었지만 연기로 잘 녹여보자 다짐했죠."
결과적으로 '동백꽃'은 손담비의 재발견과 같은 작품이 됐다. 그는 "정말 다행이다. 시청자들이 너무 불쌍히 여겨주시고, 자기 일처럼 슬퍼해주셔서 감회가 색다르다"라고 털어놨다. 손담비는 극 중 향미와 공통점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향미는 맹하고 눈빛은 초점이 없고, 그래도 눈치는 빨라가지고 멍청한 애는 아니었던 거죠. 대사가 정말 많은데 천천히 얘기해야 해서 속도 조절하는 게 힘들었어요."
'뿌리 염색'이 시급했던 헤어스타일도 손담비의 아이디어였다. "머리도 손톱도 혼자 고민한게 많았어요. 그런데 연기적인 부분은 감독님과 정려원 언니, 공효진 언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런 도움 덕에 함축되게 캐릭터를 구성할 수 있었어요."
손담비는 사실 향미 캐릭터가 이렇게 '동백꽃'을 차지하게 될 줄은 몰랐다.
"중간에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서사가 깊숙히 내면까지 건드릴 줄은 몰랐어요. 작가님이 써주신 글 때문에 다시 한번 살아남지 않았나 싶어요. 12부까지 촬영을 하고 나서, 작가님께서 첫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저는 눈물을 참지 못했어요."
시청자 반응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묻는 질문에 손담비는 눈을 반짝이며 "향미는 손담비 자체" 라고 입을 모았다.
그는 "'손담비 아니면 누가 향미 하냐'는 글을 보면 촬영 때문에 피곤한데도 에너지가 급상승해요.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진짜 잘 해야지' 하고 동기부여가 됐어요."
손담비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시동이 늦게 걸리는 사람)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 티가 잘 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부연했다.
"한아름 물고 늘어져야 나중에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가수 때도 4년이나 연습하고 솔로로 빠져 '미쳤어'라는 좋은 곡을 만났어요. 솔직히 앨범 두 장이 망했던 우여곡절도 많았죠. 의자춤 또한 대중에게 먹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죠. 배우로 전업하고 나서도 꽤 오랜시간이 걸리겠구나 생각했어요. 흔들린건 없었고요, 때를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죠. 지금, 이 때를 너무 기다렸어요."
'섹시 가수' 출신 배우라는 선입견을 깨부수기 위해 손담비는 오랜시간 노력해 왔다. "연기하며 늘, 가슴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에요. 이 역할을 하면 조금 (섹시 이미지가) 벗겨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를 했죠."
손담비는 향미가 그렇게 가고싶어 했던 코펜하겐으로 떠난다. 그는 "일부러 화보 촬영을 코펜하겐으로 잡았다"며 "향미도 거기서 떠나보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동백꽃 필 무렵'이 20%가 넘는 시청률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지만 손담비에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어떡해요. 다음 작품 선택을 진짜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사랑 한번쯤 받아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연기로 살짝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대작을 만나버려서, 제 눈이 높아진 것 같아요.(웃음)"
손담비는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저 다음 작품은 공효진 언니에게 물어보려고요. 그 언니는 데뷔 하고 20년간 선택한 작품이 다 잘됐어요. 딱 보면 잘 되는지 안 되는지 아는 것 같아요. 언니에게 상의하겠다고, 그렇게 이야기 해 놓은 상태에요. 하하"
'동백꽃 필 무렵'은 지난 21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게장마을로 유명한 옹산에 사는 동백(공효진)과 용식(강하늘)을 중심으로 필구(김강훈), 향미, 종렬(김지석), 노규태(오정세), 홍자영(염혜란), 정숙(이정은), 그리고 덕순(고두심)과 옹벤져스라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웃음과 감동을 함께 줬다. 사람과의 관계, 행복, 나눔과 희생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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